“천편일률적 웹툰 지겨워요” 네이버·카카오 대신 SNS로 이동하는 웹툰 산업

안별 기자 2026. 4.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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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이라고 검색한 결과. /인스타그램

영상 콘텐츠 패권이 방송국에서 유튜브로 넘어갔듯, 웹툰 시장에서도 패권 이동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대형 플랫폼의 정식 연재 합격이라는 ‘로또’를 기다리는 대신 소셜미디어(SNS)에 직접 채널을 파는 웹툰 작가가 늘고, 독자 역시 ‘회빙환(회귀·빙의·환생)’으로 대변되는 천편일률적인 상업 웹툰에 피로감을 느끼며 가볍고 신선한 ‘인스타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웹툰 제치고 ‘웹툰 서비스 4위’

인스타툰은 웹툰을 짧게 만든 숏폼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형태를 말한다. 육아 고충을 다룬 엄마 이야기부터 이혼 사례 등 주제가 다양하고 내용이 짧은 덕분에 숏폼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인스타툰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5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설문조사 순위(중복 응답)에서 인스타그램(23.9%)이 카카오웹툰(21%)을 앞지르며 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81.4%)과 카카오페이지(44%)가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네이버웹툰 이용률이 전년 대비 5.7%포인트 하락하는 등 공고했던 대형 플랫폼 중심의 구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 백서는 “웹툰 산업이 단일 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소셜미디어와 플랫폼 등이 병행되는 복합 유통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SNS 자체가 강력한 웹툰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웹툰 가격은 오르는데 내용은 거기서 거기

웹툰 독자들이 대형 플랫폼을 떠나 SNS로 향하는 우선적인 이유는 장르의 획일화 때문이다. 최근 대형 플랫폼 웹툰들은 흥행 보증 수표인 ‘일진물’ ‘회귀물’ 등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장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 시대로 인한 비용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웹툰에서 웹툰의 유료 회차나 미리 보기 회차를 볼 수 있는 ‘쿠키(개당 100원)’ 필요 개수는 2022년 이전 2개 수준에서 2026년 3~5개까지 늘었다. 직장인 A(35)씨는 “인기 웹툰 한 회를 보는 비용이 5년 사이 체감상 두 배 넘게 오른 것 같은데, 반면 웹툰 내용은 다 비슷하다”며 “차라리 무료로 볼 수 있는 인스타툰의 주제가 다채로워서 재밌다”고 말했다.

◇수수료 떼이고 규제받을 바엔 ‘개인 브랜딩’ 나선다

웹툰 작가들의 인스타툰 이주는 사실 ‘자의 반 타의 반’이다. ‘2025 웹툰 산업 실태조사(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 작가 데뷔 연도는 2020~2025년에 57.5%가 몰려 있다. 웹툰 산업이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왔지만, 되레 생태계 포화로 인스타툰 등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작가들을 받아줄 웹툰 스튜디오들도 같은 이유로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문을 닫고 있다.

수수료 문제도 크다. 플랫폼 연재 시 작가는 매출의 20~50%를 수수료로 플랫폼과 스튜디오 등에 떼인다. 반면 SNS는 수수료가 없고 브랜드 광고나 굿즈 판매 수익을 작가가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전문직 작가에게는 마케팅 효과도 탁월하다. 5년째 이혼 관련 인스타툰을 연재 중인 조인섭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인스타툰을 보고 사무실을 찾아주시는 고객도 있는 편”이라며 “브랜딩 등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까다로운 제작 기준 탓에 작가 재량권이 부족한 것도 이탈의 큰 요소로 꼽힌다. 작가들은 제작 일정 조정(58%)과 컷 수 조정(51.8%) 등 플랫폼과 협업이 웹툰 제작 과정(한국콘텐츠진흥원) 중 ‘어려움’ 문제로 꼽혔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웹툰 작가가 포화 상태가 되며 정식 연재 합격 문턱이 높아진 데다, 어렵게 합격해도 플랫폼의 간섭에 지친 작가들이 유튜버처럼 자신만의 채널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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