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육부 장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맞는 방향… 공론화 필수"
"AI 시대, 오지선다 평가 적절치 않아"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 대책 못 돼"
"대학-기업 연계 방안 상당히 진척"
"교육이 국정서 밀려났단 지적, 내 잘못"

"인공지능(AI) 시대에 오지선다로 (학생을) 평가하는 건 맞지 않다. 이는 진보·보수 간 의견이 나뉘는 문제가 아니다. 서·논술형식 평가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21일 한국일보 인터뷰 중
최교진(73) 교육부 장관이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향에 처음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시행 33년이 된 수능은 학생의 비판적 사고나 창의적 문제 해결력 등 미래 역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만 최 장관은 "대학 입시는 예민한 문제여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치는 등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교육위원회도 향후 수능에서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제안할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취임 7개월이 된 최 장관과의 일문일답.
-교육계에서는 향후 대입 개편안으로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시대를 표방하면서도 학생을 계속 오지선다형 객관식으로 평가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논제를) 분석하고 글을 쓰도록 하는 서·논술형 평가가 미래 시대 주역을 키우는 데는 맞는 방향이다."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사교육 시장만 늘리는 등 혼란을 키울 거란 의견도 있는데.
"물론 채점의 공정성을 워낙 강조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서·논술형 평가를) 현장에 도입하려면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섣불리 입시 제도를 고치다가 혼란만 커질 수 있으니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 때 대입 정시·수시 비중 문제를 다루다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돼 버렸지 않느냐. 그때 결정한 대입 제도와 고교학점제가 엇박자가 나고 있다. (그런) 희생이 없도록 국교위에서도 최대한 열린 형태의 공론화·숙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공론화·숙의 등 필요한 과정은 다 거쳤는데.
"당시엔 국교위가 아닌 국가교육회의만 있었고, 숙의를 한다고 대도시 몇 군데를 다녔지만 토론회 시간이 전부 (교사 업무 시간인) 오후 2, 3시라 실제 제도를 실행하는 교사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반면 2022 교육과정 개정 때는 '국민과 함께하는 공론화'라고 해서 전국 교사 10만 명을 참여하게 했다. 우리 공론화 과정도 (현장에 있는) 실질적인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면 학부모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교육 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 간 신뢰가 무너졌다. 학교 폭력도 교육당국이 법정에서처럼 처리하게 되면서 교사가 중재할 수 없는 상황인데.
"뻔한 답변이지만 '공동체 회복'이 최대 과제이자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제도 좀 고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중한 문제는 단기적으로 처방하되 본질적으로는 학생-학부모-교사 간 관계 중심 교육을 지속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충남 계룡에서 학생이 교사를 피습한 사건은 엄정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걸 계기로 (처벌 중심) 제도를 만들어선 안 된다. 가해 학생에게 어떤 문제가 있기에 이런 일을 벌였는지 살피고, 이 학생도 사회적인 차원에선 또 다른 피해자라는 관점으로 보는 게 교육의 역할이다. 잘못을 엄하게 대하더라도 교육이 들어설 자리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학생의 교권 침해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는 일부 교원단체의 주장도 있다.
"이전에는 학부모가 아이를 혼내고 사과하게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학생부 기재로 대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부모 입장에선 변호사라도 동원해 어떻게든 이를 막으려 할 것이다. 상식·교육 선에서 해결될 여지를 저버리는 것일 수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교사가 교권 침해 내용을 학생부에 쓰면 학생 측이 소송을 걸게 될 텐데 아이에게 당한 얘기를 두고 계속 (법정에서) 다퉈야 한다면 교권 보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범부처 차원으로 발전시켜 대학과 기업 연계를 확대하는 '성장엔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성장엔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은) 교육만이 아닌 국토 대전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명절 귀성길에 아무 지역이나 들려도 (괜찮은 대학이나 일자리가 있어) 그곳에서 바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거다. 국무총리실과 산업통상부 협의 하에 교육부도 논의에 적극 참여하며 배우고 있다. (내용을) 공유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진척됐다. 어떤 기업이 참여할지 등은 대통령이 주요 기업과 간담회를 통해 서로의 조건을 (조율)하신 것도 있을 거다. 해외에도 영국 다이슨 공과대(가전기업 다이슨이 주도해 설립한 교육기관)나 롤스로이스 대학 기술센터(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가 전 세계 대학들과 산학협력 차원에서 운영하는 기관) 같은 사례가 있는데 우리나라와 잘 맞는 모델을 찾으며 준비 중이다."
-거점국립대 위주로 지원하면 지역의 사립대 소멸이 더욱 가속화될 거란 우려가 있다.
"국가 정책을 '사립대까지 같이 잘해보자'고 열어두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도 각 사립대 특성을 살려 살길을 찾도록 도울 것이다. 예컨대 세종시 한국영상대학은 영상 분야에선 국내 어느 대학보다도 특별하게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 식으로 살려는 노력을 하는 대학은 지원을 해나갈 것이다. 또 거점국립대 사업을 최대한 인근의 지역 사립대와도 함께 하도록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예산당국이 예산절감에 있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방만하지 않게) 잘 써야 한다는 데는 백번 동의한다. 다만 국민들께 이 말씀은 드리고 싶다. 각 시도 교육청이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교원 등에게 쓰는) 인건비가 60%가 넘는다. 이 외 학교 운영비가 20%이니 실제 교육 사업비로 쓰는 건 19% 정도다. (교부금을 너무 줄여서) 아이들 교육 여건이 뚝 떨어져선 안 되기 때문에, 미래교육을 할 수 있는 재정규모는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이재명 정부 들어 교육 분야가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인식이 있다면 온전히 제 잘못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6대 구조개혁에도 교육이 들어있기에 대통령이 이를 놓칠 리는 없다. 대통령이 노동부 장관에게 '산재 사망 근절에 직을 걸라'고 해서 사망 사고를 줄였듯 '청소년 자살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직을 걸고 해결해보라'고 하시지 않을까 싶다. 이를 포함해 교육공동체 회복을 통해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학생 마음건강 지원 등을 챙겨 나가겠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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