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켜는 소리에 멈췄나요? 당신은 방금 클래식에 낚였습니다
200만 팔로어 거느린 '클래식 인플루언서'
바흐·모차르트·사라사테 등 코스 요리처럼 다양한 음악 구성
"공연은 관객이 음악과 작곡가에 흥미 갖게 하는 역할"

"자발적으로 콘서트홀을 찾지 않더라도 익숙한 멜로디가 전에 들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연주되면 스크롤을 멈출 수는 있죠. '바이올린으로 K팝이 돼?' 하는 놀라움의 순간, 문이 열리는 겁니다."
대만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7)은 2008년 예후디 메뉴힌 콩쿠르와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한 존재를 각인시킨 연주자다. 이후 뉴욕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가 200만 명이 넘는 '클래식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소다팝'을 연주한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6월 4일 롯데콘서트홀 내한공연을 앞둔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쇼트폼 콘텐츠로는 클래식 음악이 박물관에 속한 고루한 것이 아닌 살아 숨쉬는 음악임을 단 몇 초 만에 수백만 명에게 보여줄 수 있다"며 "알고리즘 특성상 더 많은 콘텐츠를 보여줘 어느 순간 클래식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고 SNS 콘텐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네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레이 첸은 바이올린을 배운 덕분에 여덟 살 때 국제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바이올린이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고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됐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순수한 기쁨' 역시 이 '연결'에서 비롯된다. 그는 "스포츠 경기 관중이 감정을 함께 느끼듯 연주할 때 청중에 대한 의식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연결은 공연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전 세계 음악가들이 실시간으로 연습을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연습 플랫폼 '토닉(Tonic)'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고립되기 쉬운 개인 연습을 공동의 경험으로 확장한 시도다. 동시에 그는 SNS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공유하며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은 모든 기술 시대를 통과하며 끊임없이 적응해 온 예술"이라며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방식과 습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오늘날 관객과 작곡가 사이에 연결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다. 바흐와 모차르트, 그리그, 사라사테에 이르는 레퍼토리를 하나의 '코스 요리'처럼 구성해 관객이 다양한 음악의 맛을 경험하게 했다. 그는 “오늘날 라이브 공연의 역할은 관객에게 악기와 음악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공연을 통해 관객이 더 깊이 음악을 탐구하고 다시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것이 콘서트의 진정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창업과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경험을 거친 그는 이 덕분에 오히려 음악가로서의 길에 대한 확신이 더욱 단단해졌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도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할 것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예술가로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자 특권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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