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박 “김정은, NLL 침범 후 美·北대화로 한미동맹 시험할 수도”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6. 4.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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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
“金, 능숙한 지역 정치인임을 입증”
“北, 예상보다 더 많은 카드 쥐고 있어”
정 박 전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가 지난해 4월 워싱턴 DC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정 박 전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21일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지난 5년 동안 북한의 대내외 여건이 극적으로 변화하면서 김정은은 현상에 도전하고 혼란을 야기하며 한반도 너머까지 미국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게 됐다”며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뒤 미국과의 대화로 선회해 동맹 간 불신을 조장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 조야(朝野)의 한반도 전문가로 바이든 정부에서 대북특별부대표를 지낸 그는 “북한은 더 이상 ‘은둔의 왕국(hermit kingdom)’이 아니다”라며 “워싱턴은 새로운 지정학적 판도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중국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북한 해커들이 가상 화폐 탈취 등을 통해 30억 달러(약 4조5000억원)가 넘는 돈을 벌어들이며 대북 제재 레짐(regime)을 무력화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이 남한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새로운 위상과 힘을 고려할 때 이웃 국가들을 위협·압박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고, 이는 미국에 전략적 딜레마를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동맹을 시험하고 베이징·모스크바의 반응을 가늠하기 위해 더 은밀하고 노골적인 군사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방한계선(NLL)을 언급하며 “마치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회색 지대’ 활동에서 영감을 얻은 듯 NLL 침범에 대한 서울(한국)의 용인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다수의 해군 함정, 상선을 NLL 이남으로 보내 한국 어선을 괴롭힌 뒤 NLL 경계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거론하며 “김정은이 대치 상황에서 전술핵 사용을 위협·암시하는 식으로 한미 간 협조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 가운데, “NLL 지위를 놓고 트럼프와 외교 접촉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한국으로 하여금 동맹과 확장 억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에 의구심을 품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베이징 천안문 행사장에서 함께 이동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박 전 부차관보는 이 경우 남북 간 군사적 대립에 반대해 온 중국이 한미동맹 약화 가능성 등을 감안해 “미·북 간 대화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북한은 꽤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며 “김정은은 그의 부친과 조부처럼 더 큰 이웃 나라들을 상대로 줄타기하고, 때로는 아첨과 위협을 오가는 기술을 갈고닦으며 능숙한 지역 정치인임을 입증했다”며 “지난 5년 동안 김정은이 한반도 너머에서의 미국의 이익도 훼손할 잠재력을 지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남을 것이란 암묵적 수용을 얻었다”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선택한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이지만 문제 해결이 요원해졌다는 게 현재 미 조야에 팽배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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