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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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쓸 때면 늘 가슴이 설렌다.
그런 대상의 꽃들 가운데 수선화가 있다.
정호승 시인은 직접 수선화를 착신자로 편지를 썼다.
이 가운데 한 편을 보면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아래 만난 수선화와의 인연을 선연(仙緣)이라 일컬으며 제주도 곳곳에 널린 대수롭지 않은 토종 수선화를 창 밝고 안석 깨끗한 곳에 올려 공양한다고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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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쓸 때면 늘 가슴이 설렌다.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다. 꽃들에게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요즘 활짝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다. 그런 대상의 꽃들 가운데 수선화가 있다.
정호승 시인은 직접 수선화를 착신자로 편지를 썼다. 시(詩)라는 장르에 담아서 말이다.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그런데 반전이다. 고운 자태를 찬양하는 게 아니어서다. 문장 전체에서 쓸쓸함이 읽힌다.
시인은 수선화를 통해 외로움은 인간이 갖고 있는 숙명적인 것으로 조물주도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역으로 외로움에 떨고 있는 모든 이를 위로하는 말로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기에 그건 슬픔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사 김정희도 제주도 유배시절 수선화를 발견하고 한양의 벗들에게 알리는 한편 유배생활의 심정을 수선화에 기탁했다. 이 가운데 한 편을 보면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아래 만난 수선화와의 인연을 선연(仙緣)이라 일컬으며 제주도 곳곳에 널린 대수롭지 않은 토종 수선화를 창 밝고 안석 깨끗한 곳에 올려 공양한다고 읊었다.
수선화는 명칭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자로 ‘水仙花’다. 물가의 선녀란 뜻이다. 영어로는 ‘Narcissus’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 케피소스와 님프 레리오페의 아들인 나르시스에서 유래됐다. 나르시스는 미청년(美靑年)으로 물속에 비친 자기 모습의 아름다움에 홀려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물에 빠져 죽어 수선화로 피어났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외로움을 인간의 숙명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란 등 지구촌 곳곳에서 아직도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온갖 꽃들이 만발해야 할 계절인데 말이다. 뜬금없이 꽃타령을 한 까닭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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