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직원 시대’ 연다…한 줄 지시에 재고정리·개발·마케팅 끝[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
수천개 에이전트 통합 관리하는 기업용 플랫폼
월마트·KPMG·NASA 등 대형 고객 도입 확대
피차이 “AI 연산 절반 이상 클라우드에 투입”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구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3/mk/20260423021503171fyio.png)
한 줄 지시가 떨어지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장조사 에이전트는 구글 검색 데이터와 자체 매출, 고객만족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데이터 인사이트 에이전트는 형식과 지역이 다른 전 세계 상품 카탈로그에서 재고가 쌓인 ‘데드 스톡’을 골라냈다. 상품 전략 에이전트는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해 ‘현재 할인가보다 높고 경쟁사 가격보다 낮게 재브랜딩하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구글 클라우드 연례 콘퍼런스인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의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에리카 청 구글 클라우드 개발자는 가상의 글로벌 가구 유통업체 직원이 됐다. 그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화면에 단 한 줄의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여러 에이전트가 움직이며 몇 시간이 걸리던 작업이 몇 분 만에 끝이 났다.
이날 무대에 오른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질문은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수천 개의 에이전트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로 바뀌었다”라며 “우리의 새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의 데이터와 사람, 목표를 하나의 지능형 흐름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연에서는 에이전트가 개발하는 장면도 소개됐다. 개발자 에이전트가 지라 티켓을 자동 생성해 엔지니어에게 전달했다. 엔지니어 측 화면에는 구글 챗으로 알림이 도착했고, 명령어 한 줄로 신규 랜딩페이지 배포까지 이어졌다. 매장 운영팀이 쓸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연동돼 브랜드 스타일에 맞춰 자동 생성됐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세션 안에서 맥락을 잃지 않고 이어졌다. 쿠리안 CEO는 “실험 단계는 끝났다”라며 “구글 클라우드 고객의 약 75%가 이미 자사 AI 제품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진짜 과제는 AI를 전사적 생산 환경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글 클라우드가 공개한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운영·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업무용 플랫폼이다. 직원이 챗봇에 질문하는 수준을 넘어 영업, 마케팅, 고객지원, 재고관리, 회계 등 각 부서 업무를 수행하는 AI를 회사 내부 시스템에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구글은 이를 통해 기업의 데이터와 직원, 각종 업무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어 ‘AI가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승인된 AI만 사용하도록 관리하고 활동 기록을 추적하는 보안·감사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기존 생성형 AI 경쟁이 개인 생산성 도구 중심이었다면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전체 운영 자동화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쿠리안 CEO는 ‘통합 스택’을 제시했다. 칩은 모델에 맞춰 설계되고 모델은 고객 데이터에 기반하며 에이전트와 애플리케이션은 모델 위에서 구축돼 인프라로 보호받는 구조다. 그는 “단절된 실리콘과 분절된 모델을 조각처럼 끼워 맞춰서는 AI의 가치를 낼 수 없다”라고 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은 이 스택의 최상위에서 에이전트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관제탑’ 역할을 맡는다. 기존 버텍스 AI의 기능을 확장해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확장, 관리, 최적화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은 크게 다섯 개 계층으로 구성된다. 맞춤 설계된 ‘AI 하이퍼컴퓨터’, 에이전트에 비즈니스 맥락을 제공하는 ‘에이전틱 데이터 클라우드’, 전 과정을 보호하는 ‘에이전틱 디펜스’, 구축·관리용 ‘에이전틱 플랫폼’, 그리고 사전 구축된 특화 에이전트 묶음인 ‘에이전틱 태스크포스’다.
도입 사례도 늘고 있다. 도이체방크 계열 보험사 시그날 이두나는 도입 몇 주 만에 임직원 사용률 80%를 기록했고 1만1000명이 직접 에이전트를 제작하고 있다. KPMG는 첫 달에만 100개 이상의 에이전트를 구축하며 90% 채택률을 달성했다. 머크는 전 세계 7만5000명 임직원에게 도입을 추진 중이며 월마트는 매장 리더에게 픽셀 폴드 단말기를 지급해 기업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 궤도선 ‘아르테미스 2호’의 비행 준비와 우주인 안전 점검에 이 플랫폼을 적용했다.
이날 무대에 영상으로 등장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투자 규모를 언급했다. 그는 “2022년 310억 달러였던 자본지출을 올해 750억~85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4년 만에 약 6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피차이 CEO는 “2026년에는 머신러닝 연산 자원의 절반 이상이 클라우드 사업에 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구글 내부의 AI 활용 사례도 공개했다. 현재 구글이 새로 작성하는 코드의 약 75%는 AI가 생성하고 엔지니어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지난해 가을 50% 수준이었던 비중이 1년 만에 크게 늘었다. 구글은 최근 대규모 코드 마이그레이션 작업에 기획과 오케스트레이션, 코딩 역할을 나눈 에이전트 시스템을 투입해 1년 전보다 6배 빠르게 작업을 끝냈다. 마케팅 부문에서는 제미나이와 크롬 팀이 신제품 출시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 자산 수천 종을 모델로 자동 생성해 출시 기간을 70% 단축하고 전환율을 20%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보안 영역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구글 보안 운영센터(SOC) 에이전트는 매달 수만 건의 비정형 위협 보고서를 자동 분류해 위협 대응 시간을 90% 이상 줄였다는 게 피차이 CEO의 설명이다. [라스베이거스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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