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액정에 필름 하나 붙이면 3D 입체 영상이 화면 밖으로 '활짝'
'꿈의 신소재' 메타물질 활용
안경 없이도 3D콘텐츠 즐겨
500만원 렌즈 → 5000원으로
VR기기도 일반안경처럼 제조
논문 2개 네이처에 동시 게재

평소엔 평범한 2차원(2D) 스마트폰 화면으로 뉴스를 읽다가 영화를 볼 땐 버튼 하나만 눌러 3차원(3D) 모드로 전환한다. 화면 속 주인공이 생생한 3D 입체 영상이 돼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다. 두꺼운 전용 안경을 쓸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화면에 얇은 투명 스티커 하나만 붙이면 맨눈으로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메타 물질을 활용해 안경 없이 2D·3D 화면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노준석 포항공과대(POSTECH) 교수 연구팀은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비주얼 테크놀로지팀과 공동으로 차세대 광학소자인 메타렌즈를 활용해 단일 렌즈로 2D와 3D를 전환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22일 (현지시간) 게재됐다. 특히 노 교수는 지난 15일 발표한 '메타렌즈 대량 생산 기술'에 이어 2주 연속 네이처 온라인에 성과를 공개하며 학계를 놀라게 했다. 두 논문은 모두 오는 30일 발행되는 네이처 정식 발간호(제628호)에 실릴 예정이다. 한국인 과학자가 네이처 동일 호에 교신저자로 서로 다른 두 편의 논문을 동시에 게재하는 것은 국내 과학계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이다.
안경 없이 입체감을 구현하는 '렌티큘러 렌즈'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화면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시야각이 15도 내외로 좁아 정면에 있는 한 사람만 3D 영상을 볼 수 있었고, 2D 화면을 볼 때는 화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질적 문제가 있었다.
노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을 프로그래밍한다'란 개념을 도입했다. 노 교수는 "기존 렌즈가 단순히 빛을 굴절시키는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면, 메타렌즈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인 100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나노 기둥 수십억 개를 기판 위에 배열하고, 그 구조 하나하나에 기능을 부여하는 일종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빛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메타렌즈는 일반적인 볼록하고 오목한 형태의 렌즈가 아닌 평평한 형태에서도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렌즈는 마치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것처럼 전원을 켜고 끄면 성질이 바뀐다. 노 교수는 "전압을 켜면 메타렌즈가 기존 렌즈의 굴절력을 상쇄해 깨끗한 2D 평면 영상을 보여주고, 전압을 끄면 다시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3D 렌즈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기존 15도에 불과했던 시야각은 100도까지 늘어났다. 노 교수는 "시야각이 100도라는 것은 거실 소파에 앉은 온 가족이 동시에 안경 없이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양산 공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2019년 다보스포럼에서 메타렌즈가 10대 미래 유망 기술로 선정될 당시 렌즈 1개를 만드는 비용이 약 500만원이었다"며 "하지만 지난주에 개발한 '롤투롤(Roll-to-Roll) 나노임프린트' 공법을 쓰면 신문을 찍어내듯 렌즈를 대량으로 복제할 수 있어 단가를 5000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술 격차에 대해서도 노 교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적외선용 메타렌즈는 이미 미국 하버드대 등이 주도하고 있지만, 파장이 짧아 가공이 훨씬 어려운 가시광선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영역"이라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나노팹 인프라스트럭처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이나 중국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기술 초격차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5㎝ 크기의 메타렌즈를 제작해 삼성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위에 스티커처럼 붙여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현재의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도 메타렌즈 필름 한 장만 추가하면 바로 3D 기기로 변신할 수 있음을 뜻한다.
제1 저자인 김주훈 POSTECH 박사는 "이미 기반 기술이 다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인력과 자원을 많이 투자해 2~3년 후속 연구를 진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노 교수는 "상용화된다면 현재 스마트폰 뒷면의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양)'를 없애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를 얇은 안경으로 대체하거나 눈에 직접 넣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과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만나 이뤄낸 산학 협력의 정점"이라며 "대한민국을 광학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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