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L 내한공연서 게스트로 무대 서는 김기민 “볼레로 안무 익히려 연주 통째 외워”
발레리나 이민경도 ‘햄릿’ 합류

“긴장이 돼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잤어요. 저의 꿈이었던 <볼레로>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게 돼 기쁩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인 김기민이 23~26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공연을 앞두고 말했다.
김기민은 22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베자르 발레 로잔 위드 김기민’ 기자간담회에서 “BBL의 게스트 무용수로 춤을 추는 것이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현대 발레의 혁명가로 불리는 모리스 베자르가 창단한 BBL이 25년 만에 서울에서 한국 관객을 만나는 자리다. 특히 김기민이 베자르의 최고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볼레로>의 주역을 맡아 발레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줄리앙 파브로 BBL 예술감독은 2011년 대전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한 이후 이번에 감독으로 한국을 찾게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서울에서 김기민과 함께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다.

1961년 초연된 <볼레로>는 BBL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작곡가 라벨의 음악 위에 완성된다. 한 명의 무용수가 무대 중앙의 테이블 위에서 춤을 이끌고 이를 둘러싼 무용수들이 점차 에너지를 더해가는 구조로, 극도의 집중력과 카리스마를 요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기민은 “마린스키에서도 연습 시간이 1시간을 넘기지 않는데 <볼레로> 리허설은 하루에 3시간씩 했다”며 “화장실도 안 가고 물도 안 마시고 연습했는데, 파브로와 함께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리허설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볼레로>는 같은 멜로디가 반복돼 동작 순서를 외우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김기민은 오케스트라 전체 연주를 통째로 외워버렸다. “30년 춤을 춘 분들도 순서를 잊어버릴 정도라 방법을 찾아봤어요.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등 악기 순서를 모두 외웠더니 음악만 들어도 동작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파브로 예술감독은 “김기민은 리허설 내내 매우 영리하고, 열린 자세로 경청했다”며 “나는 가이드일 뿐, 무대를 여행하는 건 무용수다. 기민에게 누구를 닮으려 하기보다 무대에서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BBL은 이번 내한공연에서 <볼레로>를 비롯해 베자르의 대표작 <불새>, 아시아 초연작인 <햄릿>과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 한국 초연작인 <라 루나> 등을 선보인다.
2020년부터 BBL 소속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발레리나 이민경은 BBL 내한공연에서 <햄릿>의 오필리아 역으로 무대에 선다. 김기민의 예원학교 1년 선배이기도 한 그는 “<햄릿>은 제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며 “기민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도 있지만, 저처럼 매일 춤을 추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무용수도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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