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 타고 흐르는 지휘자의 피…클래식 음악계 ‘지휘 가문들’

6월 방한 앞둔 미하엘 잔데를링
아버지는 독일의 거장 쿠르트
에스토니아 예르비 집안도 유명
네메·파보 부자 세계 최정상급
한국선 정명훈·아들 정민 활동
음악가 집안은 낯설지 않다. 대를 이어 작곡을 하고, 같은 집안에서 현악기나 피아노 연주자가 줄줄이 나오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휘 가문’은 자주 거론되지는 않는다.
지휘는 한 악기를 어려서부터 손에 익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세계다. 악보를 읽는 눈과 해석력,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통솔력과 감각 등 음악을 완성해가는 데 필요한 복합적인 역량이 함께 쌓여야 한다. 지휘의 계보가 이어지는 데는 집안에 축적된 음악적 환경이 더 크게 작용한다. 오는 6월30일과 7월1일 루체른 심포니를 이끌고 한국 무대에 오르는 미하엘 잔데를링 가문은 그런 계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하엘 잔데를링의 아버지는 독일의 거장 쿠르트 잔데를링이다. 나치를 피해 소련으로 건너가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에서 20세기 러시아·독일의 전통을 잇는 지휘자로 명성을 쌓았다. 쇼스타코비치 해석의 권위자로 꼽히며 많은 명반을 남겼다. 그는 첫 번째 결혼에서 아들 토마스를, 두 번째 결혼에선 슈테판과 미하엘을 두었는데 세 아들이 모두 지휘자의 길을 걷고 있다.
미하엘은 첼리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지휘로 영역을 넓혔다. 2018년 클래식 리뷰 전문 매거진 ‘신앤허드 인터내셔널’과 한 인터뷰를 보면 “동료들과 함께 연주하다 재미 삼아 시작했다가 열정이 불타오르게 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음악을 접하게 해준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영향이었고 아버지 없이는 그런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를 넘어 형제까지 지휘봉이 이어진 것은 집안에 축적된 음악 언어와 분위기가 적잖게 작용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미하엘은 세 형제 가운데 현재 국제 무대에서 가장 전면에 선 인물로 꼽힌다. 드레스덴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를 거쳤던 그는 브루크너, 말러, 슈트라우스 등 후기 낭만 레퍼토리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한재민과 협연하고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도 들려준다.
에스토니아의 예르비 집안도 빼놓을 수 없다. 네메 예르비가 수석지휘자를 지냈던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RSNO)는 그를 ‘오늘날 가장 존경받는 거장 중 한 명’ ‘음악 왕조의 수장’이라고 평가한다. 450장에 이르는 방대한 녹음을 남겼으며, RSNO와 함께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전집, 예테보리 교향악단과 완성한 시벨리우스·닐센 교향곡 전집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대표적 명반이다.
그의 아들 파보 예르비 역시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도이체 캄머필하모니 브레멘 예술감독,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올 10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해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호흡을 맞춘다.
형 파보가 정통 심포니 무대에서 중심을 잡고 있다면 동생 크리스티안의 음악적 결은 다소 다르다. 바그너부터 라디오헤드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그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클래식계에서 가장 영리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 기획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티안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콘서트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있으며 2022년 주에스토니아 한국 명예영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떠올릴 만한 사례는 정명훈과 아들 정민이다. 정명훈은 현재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재임 중이며 내년부터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 정민은 강릉시향 음악감독이자 도쿄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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