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쇼트폼과 칼럼
쇼트폼 중독이 사회 문제다. 쇼트폼은 이름처럼 짧은 영상이다. 인간의 주의를 빼앗아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어이쿠, 그만 봐야지 하고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2025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69세 한국인 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22.7%인데, 이들은 일반 사용자에 비해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 릴스 등 쇼트폼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쇼트폼을 안 보려고 노력한다. 쇼트폼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중독 상태다. 그러다 쇼츠에 출연을 하게 되었다. 중독의 온상으로 보였던 쇼츠는 과연 간편한 형식이었다. 보도자료, 서평보다 빠르고 멀리 간다. 3분 남짓한 영상이라 준비 시간부터 길지 않다. 마케터에게 섭외 메일을 받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잠깐 고민하고 수락했다. 봄에 읽기 좋은 책을 손에 들고 카메라 앞에서 두세 마디 말하자 잘 편집되어 곧 공개되었다.
쇼트폼의 위력은 보는 사람만이 아니라 나오는 사람에게도 강력했다. 내가 나온 영상이 조회수와 ‘좋아요’와 댓글을 얼마나 기록했는지 자꾸 확인하게 되었다. 급속도로 퍼지는 게 기분이 좋고 홍보 효과도 뿌듯한데 가장 중독적인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봐주고 반응하는 댓글이다. 한두 개를 볼 때는 다들 너그럽구나, 하고 점잖게 거리를 두다가 또 없나, 하고 갈급해진다. 새 댓글을 확인하러 들락거리느라 긴 호흡이 필요한 당면 과제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매체가 지옥문을 열고 만 것인가?
나 때는 ‘책의 사생활’ 코너에 신간 이야기를 써서 회사 블로그에 올리는 게 홍보였다. 코너 이름이 사생활이지만 완전히 사적인 이야기를 쓸 수야 없고 공식 정보만으로 채울 수도 없었다. 이번 책은 정말 쓸거리가 없다며 편집자들은 괴로워했다. 원고를 쓰면서 뜻밖에 예리해지기도 했다. 동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엿볼 수도 있었다. 쇼트폼 시대에 돌아보니 그때 쓴 것은 일종의 칼럼이었다.
칼럼도 쇼트폼 아닌가. 신문 지면에 ‘기둥’처럼 자리를 차지한 데서 유래한 칼럼(column)은 애초에 길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취재 기사보다 짧고 글쓴이의 개성이 또렷했다. 사설과 달리 외부에서 받았고 외부에서 오기에 의견이 다양했다. 20세기에 칼럼은 다양성의 공간이었다.
뉴미디어 시대에 오자 글이라는 속성 때문에 신문은 책과 같은 편이 됐다. 요즘 칼럼니스트들은 독서율 저하로 사고력이 위기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고는 미디어의 확장 속에서 가능하다. <미디어의 이해>에서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를 “감각과 기능의 외부 확장”으로 정의한다. “책 지향적인 사람들은 미디어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것을 품위 없는 일”로 여기지만, “우리는 눈과 귀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동기로 미디어를 사용한다.”
텍스트 매체가 힘을 잃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철학자 김용석은 칼럼의 어원을 성찰하면서 고대 유적지에 남아 있는 돌기둥처럼 칼럼은 미래에 남으리라고 썼다. “의지대로 되지 않는 운명임을 깨닫는 비극적 품위를 잃지 않으면 된다”니 이 또한 미디어의 이해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털기 논란’ 하정우에 김재원·박민식·한동훈 일제히 공세···하 “손 저려 무의식적으로
- [속보] 이 대통령 “일부 조직 노동자들,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삼성전자 파업 겨냥?
- 이태원 참사 때 구조 나섰던 상인, 숨진 채 발견···민간 구조자 트라우마 대책 한계
- 나만 빼고 다 먹었대···‘연세우유 생크림빵’, 4년3개월 만에 1억개 판매 돌파
- 배우 박동빈, 개업 준비하던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
- [단독]“골프장 수사하다 외압에 쫓겨났다”는 내부고발 경찰관, 다 거짓말이었다···결국 재판
- “절윤 강요해선 안 돼” 정진석 전 비서실장, 충남 보궐선거 출마 선언
- 육군, 대대급 자폭드론 도입 추진 “드론은 앞으로 개인화기…자유자재로 운용해야”
- “호텔 리뷰 쓰면 돈 드려요” 거액 가짜 숙박권 팔아 1억대 가로챈 일당 필리핀서 검거
-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에 욕설하며 음료수 던진 30대 구속영장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