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충전으로 1000㎞ 주행...中 CATL, 전기차 배터리 역사 다시 썼다 [현장]

이혜미 2026. 4. 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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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CATL 슈퍼 테크데이 가보니]
3세대 선싱 배터리 6분 27초 충전
내연기관차 '주유 수준' 속도 구현
3세대 기린 1000km 주행 본격화
쩡위친 CATL 최고경영자가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슈퍼 테크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6분 동안 안심하고 충전하세요!"

21일 중국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 CATL(중국명 닝더스다이)의 '슈퍼 테크데이'. 24일 베이징 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가오환 CATL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같이 외치자 객석 곳곳에서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함성이 터져나왔다. 내외신 기자와 테크 분야 인플루언서 등 1,00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CATL은 전기차 배터리 경쟁의 판도를 바꿀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10%→98% 충전에 6분 27초

이번 발표의 핵심은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라는 전기차의 두 약점을 동시에 줄였다는 점이다. CATL이 공개한 3세대 '선싱' 배터리는 10%에서 98%까지 충전하는 데 불과 약 6분 27초가 걸린다. 통상적인 사용 기준인 80%까지는 3분 44초면 충분하다. 전기차 충전 속도가 사실상 '주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지난달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내세운 9분 완충 '블레이드 배터리'보다도 빠른 기록이다.

10%에서 35%까지는 약 1분, 80%까지는 3분 44초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특히 영하 30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20%에서 98%까지 충전 시간이 약 9분에 그친다는 점이 공개되자 "리하이(厉害·대단하다)"라는 외침이 객석에서 나왔다. CATL은 이러한 초고속 충전 기술을 이번에 발표한 주요 신형 배터리에 공통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CATL은 초고속 충전의 핵심 난제가 '속도'가 아니라 '발열'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온도가 10도 상승하면 내부 화학 반응이 약 2배 빨라져 수명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저항을 업계 최저인 0.25밀리옴(mΩ)까지 낮추고, 냉각 면적을 4배 확대했다. 여기에 배터리 셀 단위로 정밀 냉각하는 온도 제어 기술을 적용해 냉각 효율을 20% 향상시켰다. 그 결과 1,000회 이상 초고속 충전 후에도 배터리 성능의 90%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CATL의 설명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 주행

가오환 CATL 최고기술책임자가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슈퍼 테크데이' 행사에서 기린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이날 함께 공개된 3세대 '기린'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직선거리(약 90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추가로 수백㎞를 더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는 멀리 못 간다'는 인식을 깨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주행 테스트에서는 이 배터리를 장착한 세단이 1회 충전으로 최대 1,500㎞를 주행했다. 일반적인 전기차 주행거리는 400~600㎞ 수준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응고체 배터리' 기술로, 이날 공개된 기술 중 CATL의 주행거리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하이라이트로 평가된다. 응고체는 액체 전해질을 줄여 고체처럼 응집된 상태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전고체로 가는 중간 단계 기술로 해석된다. 다만 이날 업계가 주목했던 전고체 배터리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응고체 배터리'를 통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3세대 기린 배터리는 주행거리 등 동급 성능의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약 255㎏ 가벼워졌고, 이로 인해 가속 성능과 제동거리 등 차량 전반의 성능과 안전성이 함께 개선됐다. CATL은 "무거운 배터리로 1,000㎞를 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가볍고 효율적인 장거리 주행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21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CATL 슈퍼 테크데이 행사장에 3세대 기린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더욱 유연해진 배터리 전략...R&D 투자도 계속

배터리 라인업 전략도 더욱 유연하게 조정했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삼원계(NCM),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병행하는 '다중 화학 체계'를 통해 다양한 사용 환경에 맞는 해법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우카이 CATL 수석과학자는 "복잡한 세계에는 다양한 해답이 필요하며, 다중 체계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각기 다른 사용 시나리오에 맞춰 여러 화학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선 그간의 성과도 발표됐다. 올해 2월까지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누적 등록대수는 2,584만 대를 돌파했다. 1분기 기준 중국 시장 점유율은 47.7%에 달하며 150개 국가에 진출, 176개 브랜드·529개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쩡위췬 CATL 최고경영자는 "지난 10년간 연구개발(R&D)에 1,000억 위안(약 21조6,410억 원) 이상 투자했고, 지난해 한해에만 200억 위안을 투자했다"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을 통해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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