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토바이도 '중고거래'…'무면허 운전' 무방비
소비자보호법에 예방 규정 無...교통사고·지인 명의 등 문제점
전문가 “구매자 신원 보증 수단·플랫폼 제재 방식 고려해 봐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차량과 오토바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면허 인증 의무는 없는 상황이다. 미성년자나 무면허자가 손쉽게 차량을 구매해 운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부산에서 10대 고등학생이 차량을 운전하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해당 학생은 당근마켓에서 차량을 350만원에 구입해 친구들과 번갈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20대 지인의 명의를 빌려 차량 등록을 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차량을 구매할 때는 자동차등록증, 판매자 신분증, 자동차 매도용 인감증명서 등만 필요한 상황이다.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따로 요구하는 자격이 없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가입할 때는 본인 인증이 필요하지만 거래 당사자가 계정 소유주가 맞는지 판매자는 물론 플랫폼 역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고거래를 다루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차량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높은 오토바이 역시 면허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구매자에 대해 아무 정보도 없는 판매자가 미성년자 구매자의 부모에게 항의를 듣는 일까지 발생한다.
A(45) 씨는 지난해 자신이 타던 오토바이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했다. A 씨는 구매자를 직접 만나 거래했는데, 당시에는 구매자가 성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매자는 고등학생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구매자의 부모는 A 씨에게 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함부로 오토바이를 판매하냐며 항의했다.
A 씨는 "성인이라고 해 판매했는데 이런 일을 겪을 줄 몰랐다"며 "제도 공백을 악용해 무면허 운전을 하려는 일부 구매자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뿐 아니라 면허가 정지되거나 보유하지 않은 성인들도 중고거래를 통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4년 경기지역에서는 무면허 운전 사고가 1296건 발생했다. 17명이 사망하고 1786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국 무면허 운전 사고 4860건 중 19세 이하 미성년자가 일으킨 사고는 1378건으로 28.3%를 차지하고 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지금처럼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는 이런 일이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구매하는 자들의 신원을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고, 이행되지 않았을 시 플랫폼에 제재를 주는 방식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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