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무안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나무 알박기' 기승…"투기꾼 점령"

임지섭 기자 2026. 4. 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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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후
곳곳에 뿌리도 안 내린 묘목 가득
‘1조 지원설’에 보상금 노린 듯
"대박부자" 노골적 투기 유도도
경찰, 사실관계·법률 검토 착수
22일 오전 전남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한 밭. 양 쪽에 조성된 양파·마늘밭들 사이 붉은 흙 위로 무화과나무가 1~2m 간격으로 빽빽하게 심겨져 있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보상금을 노린 투기꾼들이 폴새 땅을 점령해부렀어."

22일 오전 10시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양파·마늘밭 사이 붉은 흙 위로 무화과나무가 1~2m 간격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심은 지 오래되지 않은 듯 나무는 앙상했고, 흙도 채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람 발목 높이의 어린 묘목까지 듬성 듬성 눈에 띄었다. 광주 군(軍)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결정된 전남 무안국제공항 인근에 번지는 이른바 '나무 알박기' 정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이들의 수법은 전문적이었다. 토지 보상가를 높이기 위해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등 과수목은 물론 소나무, 배롱나무, 백일홍나무 등 각종 묘목을 땅에 심었다. 땅에 심어진 나무는 토지와 별개로 감정해 토지 보상가에 더한다.

바로 옆으로는 마늘·양파 밭이 이어져 본래 농사를 짓던 땅에 최근 들어 수목 식재가 집중됐다는 인상을 남겼다.

인근의 또 다른 밭에도 묘목들이 비닐 멀칭 위에 엉성하게 꽂혀 있어 급하게 조성된 투기 현장을 짐작케 했다.

군공항 최종 후보지로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현장에선 벌써부터 보상 셈법과 개발 기대가 땅을 뒤덮고 있는 셈이다.
 
22일 오전 전남 무안군 망운면 내 한 마을 입구에 '백일홍 나무 판매·식재'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투기 열풍은 마을 입구 부동산 중개업소들로 이어진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군공항 배후도시', 'KTX 역세권', '소액 투자', '대박부자' 같은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아직 후보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개발 이익을 앞세운 '떴다방'식 분위기까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군공항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뒤따를 1조원대 지원과 각종 개발 구상도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군공항 이전만 이뤄지면 배후도시 개발과 교통망 확충, 각종 지원사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선 이런 움직임이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군공항 이전 검토 소식이 알려진 2~3년 전부터 보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퍼졌고, 최근 들어 그 분위기가 더 짙어졌다는 것이다. 망운면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보다 거래는 줄었는데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는 더 강해졌다"며 "보상 시기가 가시화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쉽게 땅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보지 확정도 전에 시장은 이미 보상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망운면 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군공항 배후도시', 'KTX 역세권', '소액 투자', '대박부자' 같은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더 큰 문제는 위법성 여부다.

망운면 일대에서 이뤄지는 각종 묘목 식재가 투기 목적이었는지 사전에 가려내기 쉽지 않아서다. 사업 고시 이전에 심어진 나무는 토지주가 자기 땅에 심은 것인지, 보상을 염두에 둔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아직 사업 구역과 경계도 확정되지 않은 단계여서 행정적으로 제재할 근거도 마땅치 않다. 이번 기회에 투기 근절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무분별한 투기가 사업 지연과 보상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지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렇다 보니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 검토에 나섰다. 아직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는 아니지만 경찰은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각종 묘목이 식재된 토지 소유주 등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경찰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나온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제도적 허점과 세금 낭비 가능성 등을 문제의식을 갖고 살펴보는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