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지켜야하는 이유, 하와이 리무에게서 배우다
하와이: 리무 문화 운동


이솔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대 교수(미술사학과)가 기후위기로 사라져 가는 해조류 보전과 선주민 문화와 관련해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 진행한 현장 연구를 에세이로 연재한다. 지면으로 두 차례 소개한 뒤 애니멀피플 누리집을 통해 이어간다.
이 글은 미국의 하와이와 뉴욕 롱아일랜드, 한국의 제주도 등지에서 해조를 둘러싸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 기록이다. 어떤 이들에게 해조는 생계였고, 사라져 가는 문화였으며, 삶의 방식이었다. 해조는 식재료를 넘어 땅과 바다를 잇는 관계이자, 그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생태적 기억이었다.
여성의 지식으로 전해진 리무
2024년 4월 첫 방문 때 호놀룰루의 어느 가게에서도 하와이산 ‘리무’(limu·해조류를 이르는 하와이 선주민 말)를 구할 수 없단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일본 식료품점에서 하와이 홍조류인 ‘리무 마나우에아’가 들어간 포케가 팔리고 난 빈 쟁반을 발견했을 뿐이다. 리무 마나우에아는 일본 해조 이름을 따 ‘오고’로도 불린다. 이주와 정착의 흔적이 이름에 남았다.

하와이 선주민 농부이자 교육자인 이카이카 비숍를 만나 ‘리무를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몇몇 가게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파는 곳이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할머니는 썰물 때 그를 바닷가로 데려갔는데, 물이 발목 정도 깊이였다. 허리를 굽히기 어려웠던 할머니는 발가락으로 바닷속을 가리켰다. “이거.” 그가 리무를 뜯어 올리면 저녁 식탁에 올랐다.
하와이에서 리무 채집은 역사적으로 여성의 일이었다. 남녀의 겸상을 금지한 ‘아이 카푸’가 폐지된 1819년 이전, 여성들은 물고기보다 조개류와 리무를 주로 먹었다. 어떤 리무를 언제 어디서 채집하는지가 여성들의 지식으로 전해졌다. 할머니의 발가락 동작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생태 지식의 발현이었다. “바다는 우리 집 냉장고야.” 비숍의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사라진 해조 되살리는 실천가 연대
진주만에서 멀지 않은 아누에누에 수산연구센터에서 만난 활동가 월리 이토는 애정과 존경의 의미로 ‘엉클 월리’로 불린다. 그는 리무 지식을 스승인 엉클 헨리에게서 배웠다. 엉클 헨리가 1990년대부터 시작한 ‘리무 이식’은 사라진 해조를 되살리는 운동이다. 그는 ‘인간이 리무에게 가장 해로운 존재일 수 있다’며 에바 해변의 리무 보호구역 조성에도 참여했다.
수산연구센터의 리무 탱크엔 여과한 바닷물과 빗물을 채운 네 개의 커다란 원형 수조가 있었다. 수조 안엔 연두색 보랏빛을 띠는 반투명한 리무 마나우에아가 10㎏씩, 조용히 흔들리며 자랐다. 그는 오아후 해변의 리무를 조사하며 이곳에서 연구하고 있었다. 쉰 살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해양생물학을 배웠지만, 해조를 이해하는 법은 바다에서 배웠다.

“여기서 자라는 것들을 나누느라 바빠요. 특히 가족이 모여 전통 음식을 나누는 졸업 시즌에는 더 바쁘지요.” 그가 지키려는 것은 리무가 아니라 “문화적 실천”이라고 했다. 그를 비롯한 서른 명의 실천가들이 모여 2014년 ‘리무 후이’(모임, 연대의 뜻)를 만들었다. 리무를 지키고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리무가 없으면 문화도 없고, 문화적 실천이 사라지면 리무도 사라진다.
바다는 경계가 아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리무를 지키는 사람들 가운데엔 선주민뿐 아니라 일본계, 오키나와계, 필리핀계 후손도 있다. 이주와 함께 해조 문화도 이동했기에 오늘날 하와이 리무 문화는 한 집단의 전통보다는, 여러 세대의 시간이 겹쳐진 결과에 가깝다. 리무가 자라는 바다는 경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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