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확산…국토부는 뒷짐만
HUG 오락가락 보증행정에 또 다른 지역 건설업체도 심각한 경영난
“미분양 해소·금융 지원 시급”…업계 “정부 차원의 구조적 대응 필요”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16부(부장판사 원용일)는 유탑건설, 유탑디앤씨, 유탑엔지니어링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공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기업들이 사업을 계속할 때보다 청산할 때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향후 14일 내 항고가 없을 경우 파산 절차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탑건설은 시공능력평가 97위의 중견 건설사로 주택, 호텔, 물류센터,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으며 유탑디앤씨와 유탑엔지니어링 역시 개발·임대관리와 설계·감리 분야에서 그룹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유탑엔지니어링은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설계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감리 등 주요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지역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처럼 지역 건설 생태계를 떠받쳐 온 기업들이 동시에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으면서 업계에서는 ‘체력 약화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광주 해광건설 파산 등 지역 건설사 부실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역 건설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의 지역 맞춤형 정책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도권 아파트 늘리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지역 건설업체를 지원해야할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역 업체를 상대로 수개월 동안 보증 가능 여부를 번복하는 등 ‘갑질식 보증 행정’을 하는 바람에 재정 여건이 견실했던 모 건설업체마저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유탑그룹 계열사들의 파산 배경에는 장기화된 건설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부담, 분양시장 위축이 겹치며 유동성 압박이 심화됐고 사업 다각화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분야 역시 자금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탑그룹이 추진해 온 2조원 규모 신안 해상풍력 사업과 1405억원 규모 공공임대주택 사업도 자금 조달 여건 악화 속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기업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탑이 도시형 생활주택 수분양자들을 대상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위탁 관리해 온 사업 구조 특성상 입주민 피해 가능성도 제기되는 데다 협력 업체나 하도급사의 연쇄 충격도 우려된다.
유탑그룹 계열사 회생절차 폐지는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닌 지역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 금융 지원을 넘어 PF 구조 개선과 시장 정상화를 위한 종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건설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강성진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남도회 회장은 “원도급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그 여파가 고스란히 하도급 업체로 전가된다”며 “기성금(중간 정산금·공정률에 따라 받는 대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회원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저금리 대출 등 제한적인 지원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 경기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한 어려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택시장 역시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관계자는 “지역 건설사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것은 지역 건설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세제 지원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수요를 움직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방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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