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철갑기병’ 실체 드러난다…황남동 완제 갑옷 첫 복원 시동

황기환 기자 2026. 4. 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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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사람 갑옷 풀세트 확인, 중장기병 무장체계 복원 단서 확보
CT·엑스레이 분석 착수… 금동관 통해 초기 금속공예 기원 규명
▲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경주 황남동 1호 덧널무덤에서 출토된 신라 장수 말 갑옷·사람 갑옷·금동관 등 주요 유물에 대한 보존처리와 분석 연구에 본격 착수한다. 사진은 황남동 1호 덧널무덤 출토 말 갑옷과 사람 갑옷.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 시대 중장기병의 위용을 상징하는 말 갑옷과 사람 갑옷, 그리고 화려한 금동관이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 현대 과학의 손길을 입는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경주 황남동 1호 덧널무덤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에 대한 보존처리와 정밀 분석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물들은 2025년 발굴 당시부터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자료들로, 지난 17일 연구소로 이관돼 정밀 진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연구의 백미는 단연 말 갑옷과 사람 갑옷(찰갑)이다. 이는 지난 2009년 경주 쪽샘지구 C10호 무덤에서 말 갑옷이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이후 두 번째로 확인된 사례다. 특히 이번에는 목과 팔, 다리를 보호하는 부속 갑옷까지 모두 갖춰진 상태여서 신라 중장기병의 무장 체계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전망이다.

한 고고학 전문가는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골과 시종의 인골이 함께 발견된 점, 그리고 완벽한 갑옷 세트가 부장된 점은 당시 신라의 엄격한 신분 사회와 군사적 조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단순히 녹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금속 표면에 미세하게 남아 있을 섬유 조각이나 가죽 끈의 흔적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며 "엑스레이(X-ray)와 CT 촬영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갑옷의 결합 방식과 제작 기법을 낱낱이 파헤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함께 출토된 금동관은 신라 초기 장신구의 전개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기존 왕경에서 출토된 금동관들보다 이른 시기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신라 금속공예 기술의 시원을 밝힐 열쇠로 꼽힌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 성과를 쪽샘 C10호 유물과 비교 분석해 신라 갑옷의 표준화된 제작 공정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과제도 남았다. 금속 유물의 특성상 보존처리에만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연구 과정의 중간 성과를 어떻게 대중과 효율적으로 공유할지가 관건이다.

임승경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장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유물의 원형을 복원하고, 향후 학술대회와 보고서 발간을 통해 그 가치를 증명하겠다"며 "연구가 진척되는 대로 특별 전시를 마련해 신라의 찬란한 군사·예술 문화를 국민께 직접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