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비틀거리는 국내 상장 리츠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는 부동산에 투자해 운용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며, 보유자산에서 창출된 임대료 등 사업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회사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의거해 설립되며 자기관리 리츠, 위탁관리 리츠 및 기업구조조정 리츠로 구분된다. 리츠는 상법상 이익배당한도의 100분의 90 이상(자기관리 리츠는 100분의 5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할 의무가 있으며, 자기자본 100억원 이상 등 상장요건을 갖추게 된 때에는 지체 없이 증권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은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과 우호적인 금융환경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9년말 7개에 불과하던 상장 리츠의 수는 2025년말 25개로 늘어났으며, 자산총계는 28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대기업 및 금융계열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을 중심으로 신규 리츠 설립과 자산관리회사(AMC)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시장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됐다. 상장 리츠의 주요 투자자산은 수요 등이 안정적인 국내 오피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일부 리츠는 물류, 리테일, 호텔, 해외 오피스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고 있다. 자본시장 내 부동산 간접투자 수단으로 일정 수준의 시장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장 리츠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정체와 함께 구조적인 요인에 따라 재무안정성 또한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2022년부터 본격화된 시중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재무지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 , 한화 등 한신평(KIS)의 분석 대상 8개 상장 리츠의 평균 EBITDA/금융비용 지표는 금리 상승이 본격화됐던 2023년부터 2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보유 자산 현금흐름의 변화는 크지 않은 가운데, 저금리 시기에 조달했던 차입부채의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금리 부담이 빠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EBITDA/금융비용 지표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능력(EBITDA)이 실제 지불해야 할 이자 비용(금융비용)의 몇 배인지를 나타낸다. 높을수록 우량하다.
재무완충력 또한 낮아졌다. 배당을 통한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서 현금흐름이 내부에 충분히 유보되지 못했으며, 주가 약세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기능도 약화됐다.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인식이 이어지면서 업권 전반의 재무완충력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특히 해외 자산을 편입한 상장 리츠의 경우 자산가격 조정과 차입부채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자산가치 대비 차입부담이 늘었다. 재무여력이 줄어들면서 시장성 차입부채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성 차입은 금융시장 여건과 투자수요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중장기적으로는 차환부담과 유동성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문제는 이런 재무안정성의 악화가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첫째 국내 상장 리츠는 제도 및 관행상 내부유보 축적이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자본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해 금리상승, 리파이낸싱, 환헤지 정산 등 자금수요에 대응할 완충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감가상각비와 자산매각차익까지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는 체계는 차입금 상환과 재투자 재원 확보 등을 어렵게 하며,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유연성과 배당의 지속가능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상장 리츠의 유상증자는 일반 기업과 달리 신규 자산편입, 기존 차입금 상환 등으로 즉시 투자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주주배정방식과 발행가액 산정 관행으로 인해 자산 매입 시점과 자금조달 시점 간 불일치가 발생하고, 증자 공시 이후 주가 하락이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적기 자본조달이 어려워지고, 시장성 차입의존 확대 등으로 조달구조 불안요인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재무안정성 관리 유인도 부족하다. 높은 배당성향, 위탁관리 구조 하에서 자산규모 확대 등과 연동된 자산관리회사(AMC) 보수체계로 인해 상장 리츠는 재무안정성 관리보다 단기적 배당 유지와 외형 확대에 유인이 쏠리기 쉽다. 실제 일부 상장리츠는 재무완충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도 유상증자 대금, 미실현이익, 차입 등을 활용해 높은 배당률을 유지했다.
KIS는 이같은 상장 리츠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우선 내부유보 여력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높은 배당은 리츠의 투자매력을 구성하는 핵심이지만, 일정 범위의 내부유보가 허용되지 않으면 손실흡수력과 재투자여력은 계속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초과배당은 차입금의존도 등 일정 지표를 충족할 경우에 활용하도록 하거나, 자산매각차익은 배당으로 자동 유출되지 않고 필요시 내부유보될 수 있도록 배당가능이익 산식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자본확충 체계 개선도 요구된다. 절차 간소화, 가격결정 및 발행방식의 유연화 등을 통해 상장 리츠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산편입 시점과 자금조달 시점을 보다 정교하게 맞추고 필요한 투자자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무안정성 관리 유인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신규 자산편입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 투입을 유도하거나, 성과 등 평가시 레버리지와 이자상환능력 등을 함께 점검하는 관리체계를 도입해, 상장리츠 및 AMC가 배당여력뿐 아니라 차입구조의 안정성과 상환능력도 함께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
KIS 오지민 수석연구원은 "내부 유보 축적 여력 제한, 비효율적인 자본확충 체계 등 구조적 제약요인은 외부충격을 흡수하기보다 재무안정성 저하를 반복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재무안정성과 성장 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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