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서희건설, ‘가족 경영’ 고수···상장심사 막판 변수로
횡령 사태 이후에도 오너 일가 재선임···내부통제 실효성 시험대
거래 재개 열쇠는 내부통제···재발 방지 구조 입증 관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희건설이 상장 유지와 퇴출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5월 12일까지 코스닥시장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어 상장 유지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회사는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하며 마지막 심사 단계에 진입했다. 재무는 방어된 상태지만 오너 일가 중심 지배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경영 투명성 개선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상폐 기로 선 서희건설···5월 12일 운명 가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지난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다. 제출일 기준 영업일 20일 이내인 5월 12일까지 기심위는 상장 유지 또는 폐지 여부를 최종 심의·의결해야 한다. 지난해 8월 11일 주식 매매가 정지된 이후 약 9개월 만에 거래 재개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점이다.

재무적 손실만 놓고 보면 상장폐지 사유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거래소는 이를 단순 금액 문제가 아닌 내부통제 실패로 판단했다. 공사비 증액이라는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임원이 외부와 공모해 사익을 취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회사의 감시 체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거래소는 같은 해 9월 서희건설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주권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이후 회사는 10월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며 즉각적인 상장폐지를 모면했고, 11월 기심위 심의를 통해 5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사건 당사자인 전 부사장은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 재무건전성 양호···상폐 가능성 제한적
재무 상태만 놓고 보면 즉각적인 상장폐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001억원, 영업이익은 1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3%, 38.7%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13.12%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건설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3~4%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부채비율은 49.57%로 전년(58.21%)보다 오히려 낮아졌고 자본총계는 1조857억원으로 11.5% 증가했다.

다만 실적 둔화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건축 부문 매출이 2024년 1조3147억원에서 2025년 9670억원으로 감소했다. 2024년 6월 이후 지주택 신규 수주(매출 5% 이상 계약 기준)는 사실상 끊긴 상태다.
개선계획에서 제시한 '관급공사 수주 확대'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전체 공사실적 중 관급공사 비중은 1.05%에 불과하다.
◇ 사외이사 교체했지만···오너 일가 지배구조 그대로
경영 투명성은 이번 심사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서희건설은 5개월의 개선기간 동안 사외이사 3인과 상근감사를 전원 교체했다. 이영찬 전 보건복지부 차관, 이성희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박강 전 한국CDE학회 회장을 사외이사로, 조운행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를 감사로 각각 선임했다. 이사회 내 윤리경영위원회도 신설하며 외형상 지배구조 개선 조치는 실행한 상태다.
문제는 의사결정의 핵심인 사내이사진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희건설은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봉관 회장을 비롯해 장녀 이은희 부사장, 차녀 이성희 전무, 삼녀 이도희 실장 등 오너 일가 4인을 전원 재선임했다.
임원 횡령 사태로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음에도 경영진 인적 쇄신 대신 가족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실제로 서희건설의 사내이사진은 2022년 이후 단 한 차례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지난해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이 모두 참석 이사진 100% 찬성으로 통과된 점은 사외이사의 실질적 역할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고 말했다.
◇ 이봉관 회장 사법 리스크···징역 1년 구형
오너 리스크도 심사 변수다. 이봉관 회장은 2022년 3~5월 김건희 씨에게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1억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건네며 사위의 공직 인사 청탁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달 재판에서 혐의를 직접 인정했고 특별검사팀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장심사 과정에서 경영진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심사가 임원 횡령 사건으로 촉발된 내부통제 실패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오너 리스크의 파장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내부통제와 지배구조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법적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될 경우 개선 의지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어서다.
이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도 2023년 71%, 2024년 88%에서 지난해 43%로 급감했다. 사법 리스크 이후 경영 관여가 줄어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잔류하고 있다는 점은 책임 경영보다는 지배력 유지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기심위의판단 기준은 '실효성'
업계는 즉각 상장폐지보다는 상장 유지 또는 추가 개선기간 부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유지되고 있고 감사의견도 적정인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사태의 본질이 재무 부실이 아닌 내부통제 실패에서 비롯된 만큼 거래소가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심위가 들여다볼 핵심 변수는 지배구조 변화의 실효성이다. 사외이사 교체와 윤리경영위원회 신설 등 외형적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12일 기심위 판단은 내부통제가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작동하는지 여부에 달릴 전망이다"며 "서희건설이 제출한 이행내역서가 지배구조 변화와 재발 방지 구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가 거래 재개 여부를 가를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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