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대표 ‘징역 15→4년’에... 유족들 “23명이 죽었는데 무슨 법이 이러냐”

“판사님, 가족이 사체 온전치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는데 4년이 뭡니까. 4년이...”
‘아리셀 사고’와 관련해 박순관 대표 등의 2심 선고가 이뤄진 22일 오후 2시 경기 수원고등법원 801호 법정. 70여 석의 대법정임에도 방청석은 유족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이어 짙은 녹색 수의를 입은 박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모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20여분 동안 박 대표와 박 본부장에 대한 선고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박 대표에게 징역 4년, 박 본부장에게 징역 7년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박 대표는 징역 15년을, 박 본부장은 징역 15년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었다.
자신에 대한 선고가 나오자 박 대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박 대표 등은 2024년 6월 24일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안전보건 방침 및 목표를 어느 정도 수립한 점, 해당 내용이 추상적인 경영 방침 설정이었기에 해당 사고와 근로자 사상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더불어 피해자 유족들 전원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한 점도 양형 이유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 전원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과도 모두 합의했다”며 “합의한 일부 유족들이 처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게 되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게 해 실질적으로 충분한 피해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선고 후 방청석 곳곳에선 탄식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소리를 지르며 재판장에게 항의했다. “우리 가족 살려내”, “사람 23명이 죽고 4년이 뭐냐”며 고성을 질렀다.
유족의 반발과 함께 법정이 소란스러워지자 법정 경위가 투입되고 재판장은 감치 재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유족 측 변호인인 신하나 변호사가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감치를 고려하는 것은 과하다”고 했고, 재판장은 “일부 요지만 낭독했기 때문에 140페이지의 판결문을 다 담지 못할 것”이라며 “유족의 슬픔을 생각해 감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 5분간의 소란 후 재판장은 유족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한 유족은 “한 사람도 아니고 23명이다. 한 번에 23명이 죽었는데 징역 4년이 뭐냐”며 호소했다. 이어 또 다른 유족이 “우리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유족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4년 판결 못한다. 무슨 법이 이러냐”고 소리쳤다.
유족의 변호인인 신하나 변호사는 재판장에게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형량이자 유족에게 큰 상처를 준 판결”이라며 “유족들이 합의를 하게 된 경위와 현실적인 상황 등을 살핀다면 이게 합의의 의사로 진정 인정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항의했다.
이에 재판장은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긴 뒤 퇴정했다.

선고 후 유족들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다 무색화시켰다”고 규탄했다. 한 유족은 “우리가 돈이 없고 권력이 없고 사는 게 힘들어 이런 판결을 내리는 건가. 너무 억울하고 비참하다”며 울먹였다.
유족 측은 재판부가 언급한 합의는 민사에만 한정된다며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합의를 한 것이며 형사 합의를 하지 않은 유족도 많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사실상의 위헌 판단이다. 2심 재판부한테 그럴 만한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작동되지 않았던 것은 너무나 낮은 형량 때문인데 이 사건은 법원의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정점을 찍은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수많은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 판결”이라며 재판부의 양형이 부당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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