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시스템 무너진 곱버스···‘ETF 액면병합·분할’ 도입 논란 재점화
미국처럼 ETF 액면병합·분할 요구에도 상법상 이유로 도입 난항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 급등으로 이른바 '곱버스'라고 불리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 주가가 급락하면서 정상적인 호가 시스템 운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현재 1원 단위로 거래되고 있는데 그 1원마다 변동폭이 무려 0.55%에 달한다.

◇ 질주하는 코스피에 망가진 곱버스 호가 시스템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200 선물 지수는 0.26%(2.55포인트) 상승한 967.65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전날과 같은 181원에 장을 마쳤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인 F-KOSPI200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코스피 선물이 상승했는데 이를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 주가는 전혀 변동이 없었던 것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2016년 9월 22일 상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같은 날 같은 곱버스(곱하기+인버스) 상품을 상장했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의 시장점유율과 거래량, 대중적 인지도가 압도적이기에 흔히들 곱버스라고 하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말한다.
곱버스 호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최소호가단위(1틱)는 1원이다. 하지만 180원 기준 1원은 055%에 달한다. 코스피 선물200 1틱당 변동폭은 약 0.013%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상적인 시세 반영이 어려운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2016년 9월 22일 당시 1만원으로 상장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인 '변동성 드래그'(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꾸준히 우하향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일일변동폭의 2배를 추종하기에 주가가 횡보해도 가치가 하락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첫날 30% 급락하고 다음날 30% 반등하면 100에→70→91이 되지만 3배 레버리지 상품은 100→10→19가 된다.

◇ 액면병합 및 액면분할 불허가 근본 원인
곱버스가 동전주로 전락한 근본 이유는 국내 증시에서 ETF 및 ETN(상장지수증권)의 액면병합 및 액면분할이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레버리지 ETF, 특히 하락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는 가격 추락이 불가피하기에 주기적으로 액면병합으로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일이 빈번하다. 예를 들어 나스닥 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QQQ의 경우 가장 최근인 2024년 3월 20일에도 1대 5로 액면병합이 이뤄졌고 액면병합 이후 주가가 5배가 되어 거래가 재개됐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액면병합과 함께 액면분할도 도입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형 ETF는 일괄적으로 주당 1만원을 기준으로 일괄 상장하고 있기에 상장한 지 오래된 ETF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투자자 계좌에서 '잔돈'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역시 주가가 큰 ETF들은 주기적으로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춤으로써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당국이 2020년 5월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액면병합이 가능하도록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우리나라 상법상 액면분할·합병 대상은 '국내 주식'으로 한정하고 있기에 '수익증권'으로 분류되는 ETF와 ETN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2023년 12월 2000원 미만의 ETF와 ETN의 호가단위를 5원에서 1원으로 줄여줬다. 호가 단위가 1원으로 축소되면서 곱버스도 선물 변동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곱버스 주가가 200원 이하로 추락하면서 1원 호가단위로도 더 이상 정상적인 선물 가격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워졌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2024년 발표한 '거래소 상품의 호가단위 축소 효과 및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기초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구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최저 호가단위인 1원으로도 호가 스프레드와 괴리율 등이 유의미하게 발생하는 상품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액면병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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