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노동착취’ 9600만원의 눈물…신안 가해 염전주 처벌은?

정성환·박남호 호남본부 기자 2026. 4. 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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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장악’ 임금 미지급…법원, 염전주에 징역 3년 선고
공범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
37년 간의 착취…“장애 악용해 장기간 범행 죄질 나빠”

(시사저널=정성환·박남호 호남본부 기자)

전남 신안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10년간 노동력을 착취하고 금전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염전주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제3염전 노예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끊이지 않은 염전 착취와 현대사회에서도 존재하는 구조적 인권 사각지대가 확인된 셈이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형사3단독 최형준 부장판사는 22일 준사기와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염전주 A(60)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10년간 장애인 관련 기관의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2014년 4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0여년 간 자신이 운영하는 신안군의 염전에서 지적장애인 피해자(65)를 일하게 하면서 인건비 9600만원 이상을 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4년 4월, 전남 신안의 한 염전에서 인부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시사저널 정성환

'제3염전노예 사건'의 전말…돌아가며 등골 빼먹었다

A씨 일가는 피해자의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 등을 관리하며 입금된 돈을 사실상 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피해자의 통장에 비정기적으로 돈을 입금하고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중증도 지적장애의 피해자는 스스로 예금을 입·출금하지 못했다.

A씨는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임금을 준 것처럼 보이게 했을 뿐, 자기 친동생인 B(58)씨가 피해자 통장을 사용하게 했다. B씨는 피해자에게 숙소를 임대한 것처럼 꾸며 보증금 명목으로 4500만원을 빼돌렸고, 이 돈을 주식 투자 등 개인적으로 사용하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다시 입금했다.

이 사건은 2023년 신안군의 염전 노동 실태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후 피해자는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요양병원 관계자 C(63)씨도 피해자의 통장을 마음대로 사용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부동산 임대업을 겸업한 C씨는 요양병원 인근의 단칸방 보증금 명목으로 9000만원을 빼돌렸다. 또 피해자 통장에 있던 현금을 인출했다가 채워 넣는 방식으로 6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을 횡령했다. A씨로부터 수사 무마 명목으로 1050만원을 챙긴 D(62)씨도 함께 넘겨졌다. 

법원은 A씨의 동생 B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C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D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500만 원이 선고됐다.

A씨와 B씨, C씨는 준사기 등의 혐의로, D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1년, C씨에게 징역 2년, D씨에게 징역 1년 및 추징금 105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이번 사건의 반인륜적 성격을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범행에 취약하고 스스로 그 피해를 인식하거나 호소하기조차 어려운 장애인의 재산을 편취해왔다"며 "사회적 취약 계층인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행 기간과 반복성, 이익 규모 등에 비추어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금을 정상 지급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지적장애로 인해 스스로 계좌를 관리하거나 금전을 인출·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며 "피고인들이 통장을 보관하며 계좌를 통제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돈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계좌에서 장기간 반복적으로 현금이 인출됐고 그 사용처도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이를 정상적인 임금 지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염전 모습.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검찰은 염전주 A씨가 2014년 4월부터 2024년 8월까지 E씨를 염전에서 일하게 하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A씨는 2014년에도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피해자를 계속해서 착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E씨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가 분리를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E씨의 법률 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해 낼 골든타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현장에 있겠다고 하면 착취당하도록 그냥 내버려 둬야 하냐"며 "그게 국가의 역할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신안 지역의 강제노동 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심각한 인권 사안으로 지적돼왔다. 지난해 4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신안 천일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고, 최근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염전에서의 강제노동 문제를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포함시키는 등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진 사례다. 

광주의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임금체불, 돈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엄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다"며 "'염전노예'라는 후진적 표현이 상징하는 인권 사각지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역사회,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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