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천 염소경매 ‘디지털 전환’ 첫발…유통 판도 바뀐다
원거리 이동 줄이고 농가 소득·거래 효율 기대

이른 아침, 영천스마트경매시장 축사 주변은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 찼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줄지어 묶인 염소들이 울음소리를 내고 농민들은 경매장을 둘러보며 응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또 전광판과 전자경매 장비가 설치된 경매장 내부에는 생소한 분위기와 함께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영천축협이 문을 연 '염소 스마트 경매시장' 첫날의 풍경이다.

영천축산농협(조합장 김진수)은 22일 남부동에 위치한 스마트경매시장에서 개장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지역 축산 유통의 새로운 장이 열린 이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자경매 시스템이다. 이번 전자경매는 경매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며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날 경매에는 총 168마리의 염소가 출하됐다.


경매장 한쪽에서는 출하된 염소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구매자들의 모습이 이어졌고 다른 한편에서는 출하 농가들이 가격 형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전 10시, 경매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전광판에 가격이 오르내리자 현장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대창면 구지리에서 염소를 출하한 한 농가는 "그동안은 직접 거래를 해야 해 번거로움이 많았는데, 경매장이 생겨 훨씬 수월해졌다"며 "가격도 보다 공정하게 형성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고경면에서 구매를 위해 찾은 농민 역시 "처음이라 다소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거래가 훨씬 편리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그동안 지역 농가들은 경매를 위해 의성 등 타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현장에서 만난 제갈 민호 영천시염소협회장은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경매를 볼 수 있게 돼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거래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협 관계자는 "이번 경매시장 개설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며 건강식 수요 증가와 함께, 오는 2027년 2월 시행 예정인 '개의 식용목적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대응해 염소 산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추진됐다"고 밝혔다.
현재 영천지역에서 사육 중인 염소는 약 6000여 마리에 이른다.
김진수 조합장은 현장에서 "이번 염소 스마트 경매시장 개설로 영천은 물론 인근 지역 농가들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며 "지역 농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소득 증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첫걸음을 뗀 영천 염소 스마트 경매시장은 이날의 분주한 풍경처럼, 지역 축산업의 새로운 활로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