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양적 규제 나선 정부, 질적 개선은 '뒷걸음'
고정금리 비중 71% 갈수록 떨어져…한때 92.7%
중동사태 등 금융채 금리 급등·대출신규도 어려워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양적 규제에 나서면서 외려 대출 구조 건전성은 후퇴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장기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통해 대출 구조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정금리 비중이 줄어드는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고정금리 확대 방침 무색…비중 '뚝'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은행권에 장기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을 올해 71%까지 높이라고 주문했다. '은행 대출구조 개선 촉진 세부 추진방안' 행정지도를 통해서다.
장기 주담대는 전세자금 대출과 중도금 대출, 이주비 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이다. 당국은 올해 말 고정금리 대출 목표 비율을 71%,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은 85%로 설정했다.
목표치 자체는 지난해와 동일하다. 다만 대출 증가 총량 규제, 즉 양적 규제가 작년 대비 더 강화되면서 대출 구조의 질적 개선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일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지난해 1.7%에서 올해 1.5%로 낮추기로 했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이보다 낮은 1% 안팎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다주택자 집 팔아라" 대출연장 금지…가계부채 GDP 80%수준으로(4월1일)
총량 목표를 넘길 경우 초과액 이상을 내년 목표에서 차감하는 등 엄격한 페널티가 부과된다. 은행들은 양적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일부 대출 채널을 닫거나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접근성을 낮춘다.
문제는 이처럼 양적 규제를 맞추려다 보니 당국이 장기간 금융 안정성을 위해 추진해 온 대출 구조 개선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정책재원대출, 2차보전 등 제외)은 2년 연속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하반기부터 강력한 대출 총량 규제를 해오면서 작년 말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65.6%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줄었다. 올해는 두달 새 0.2%포인트 줄어든 65.4%를 기록했다.
당국의 적극적인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추진으로 고정금리 잔액 기준 비중이 2022년 50.8%에서 2024년 65.7%로 급증한 것과 대조된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보면 편차는 더 크다. 2022년 73.2%였던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2023년 88.7%, 2024년 92.7%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 89.8%로 내려왔고 올해는 2월말 기준 71.1%로 줄었다.
변동금리 더 낮아지고 신규대출 어려운 영향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고정금리 기초인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최근 많이 올랐고 반면 변동금리 기초인 코픽스 금리는 소폭 내리면서 변동금리가 오히려 더 낮아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축소는 금리차 확대와 시장금리 변동성 영향이 크다"면서 "중동 리스크 등 영향으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며 금리 차이가 과거 0.2~0.3%포인트 수준에서 최근 0.8%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담대 양적 규제 영향으로 전체 주담대 취급액이 위축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신규대출 규모가 늘어야 고정금리로 유도할 여지도 있는데 신규대출 규모가 작고 금리까지 역전하니 고정금리 비중 확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총량이 제한되는 만큼 조달 비용이 저렴하고 관리가 더 용이한 변동금리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유인이 커졌다. 더욱이 생산적 금융 확대로 안정적 수익원인 주담대를 줄이고 위험 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늘려야 해 수익성 보전과 양적 규제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인상할 여지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지시로 고정금리로 유도하려는 시도는 하지만 은행이 마진을 포기하며 대출하긴 어렵다"면서 "당국의 의도와 취지는 공감하지만 결국 금리에 따라 고객이 선택하는 구조인데다 은행에 추가적인 메리트 없이는 당분간 고정금리 비중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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