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방시혁 수사에 간섭하는 미국···잇단 ‘외교 이슈화’ 한국 정부 부담 가중

정희완 기자 2026. 4. 22. 16: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 측 쿠팡 문제 지속적으로 제기
한국 “국내 사법 절차와 관련된 사안” 입장
미국, 방시혁 하이브 의장 출금 해제 요청
전문가 “무기한 요구…항의라도 해야 할 것”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셀프 조사’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가 지난 1월30일 서울경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쿠팡과 하이브 등 민간 기업의 문제를 외교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개인정보 유출과 부정거래 혐의로 국내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받고 있다.

미국 공화당 내 최대 정책 모임 중 하나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21일(현지시간) 강경화 주미국 한국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 조치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쿠팡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미국 행정부도 지난해 11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쿠팡 문제를 한국 정부에 제기하고 있다. 미국 측은 자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에서 부당한 차별과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1월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를 꺼냈다.

한국 정부는 쿠팡을 상대로 한 차별은 없으며 국내 사법 절차와 관련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쿠팡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이 문제가 외교 이슈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쿠팡 문제를 외교 테이블에 계속 올리면서 한·미 사이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쿠팡 사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 측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경찰 수사와 관련한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의장이 입국하면 즉시 조사하기 위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한 상태이다. 김 의장이 입국하면 체포나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측은 김 의장이 수사를 받은 뒤 다시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쿠팡에 대한 조사는 우리 국내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미관계가 쿠팡 문제로 껄끄러워지면 향후 양국의 안보 협의에도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따라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첫 협상을 앞두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 문제에 집중하는 상황이 한·미 안보협의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향후 쿠팡 문제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정부 소식통은 “쿠팡 문제가 안보 협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쿠팡 관련 이슈가 한·미 간 안보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 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부는 미국 측과의 소통 과정에서 안보 논의는 쿠팡 사안과 별개로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해 9월15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미국 측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출국금지 해제를 경찰에 요청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주한 미국대사관은 방 의장이 오는 7월4일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보냈다.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 상장 당시 투자자들을 속여 1900억원대 이익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미국이 국내 경찰 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 21일 방 의장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경찰이 미국 측의 요청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도 방 의장 건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경찰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겠다”라며 “이후에 한·미가 어떤 소통을 할지는 예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내 사법 절차 진행에 외교당국이 관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이런 행위가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독립 250주년 행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외교당국은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 터다. 임상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와 사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지난 1일 열린 제2차 공공외교 협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협력각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한·미관계 전문가는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경찰 등이 미국 측에 항의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