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재보궐 전략공천, 유권자 뒷전인 ‘깜깜이’ 전락하나
김용·김남준·송영길 배치 고심
텃밭 광주 광산을 후보군 촉각
"불공정 공천, 지선 판세 악영향"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전략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밀실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대표가 '전광석화' 식 속도전을 앞세워 공천 절차를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정작 후보 선정의 정량적 평가나 투명한 기준은 실종된 채 '계파 지분 나누기'와 '낙하산 투하'로 얼룩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개최한 뒤 영입인재 1호로 울산 남구갑 에 배치된 전태진 변호사에 이은 재보선 전략공천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 대표가 연일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수도권 주요 지역구의 낙점 인사는 이번 주 내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전략공천'이라는 수사가 정작 지도부의 전횡을 가리는 방패막이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지역에 연고가 없는 인사를 '승리를 위한 카드'라며 내리꽂는 방식은 지역 발전을 바라는 주민들의 의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공천 신청부터 심사까지 공개된 기준이 전혀 없다 보니 지도부의 입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구조"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천 여부다. 대장동 사건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을 경기 하남갑이나 안산갑에 '정면 돌파'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당내에서는 "도덕적 기준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천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조승래 사무총장도 "대체로 선거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우려를 표했으나, 정 대표는 "선거 승리의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8월 전당대회 연임을 의식해 비당권파 친명계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는 '정무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민형배 의원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광주 광산을은 민주당 공천의 공정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곳은 3~4명의 후보군의 이름이 거론되며 치열한 수면 아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광주·전남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역 여론이 배제된 채 지도부의 일방적인 '낙점'이 이뤄질 경우 호남 민심의 거센 역풍이 예상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담보되지 않은 전략공천은 호남 유권자들을 그저 '거수기'로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인천 계양을의 상황 역시 복잡하다. 5선을 지낸 송영길 전 대표가 지역구에 머물면서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도 일찌감치 계양을 출마 의지를 드러내 교통 정리가 불가피하다.
공천권을 쥔 정 대표 입장에서는 차기 전당대회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송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배제해 각을 세우는 것도 모두 부담인 상황이다.
여기에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연고도 없는 지역에 2년 만에 또다시 '돌려막기식'으로 배치하려는 구상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도부의 편의성을 우선시한 '철새 공천'이라는 지적이다.
중앙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의 공천 분위기는 유권자의 요구에 응답하기보다 지도부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차기 권력 구도를 의식해 무리한 전략공천을 단행할 경우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은 "재보궐 일정상 전략공천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며 "당내 시스템을 통해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인사를 공천해야 계파 갈등과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