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가수 권나무, 삶의 향기 가득했던 경남 공연

주성희 기자 2026. 4. 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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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 앨범으로 대중음악상 수상 화제
직접 팬들 만나려 전국으로 순회 공연

11일 창원 무하유 ‘돌봄’ 주제
18일 통영 삼문당 ‘여기’ 주제로

“활동 시작한 곳…고향 온 편안함으로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 일깨워"
11일 창원 복합공간 무하유에서 공연하는 권나무. /이서후 기자

지난해 5월 늦은 밤 진주 동성동 오래된 카페이자 술집인 다원에서 권나무를 잠시 마주쳤다. 그는 진주에 있는 음악가이자 음향기술자 바나나코의 녹음실에서 4집 앨범 <삶의 향기(Life of Fragrance)>를 작업하고 있는데, 막바지에 와 있다고 말했다. 종일 녹음 작업에 몰두한 권나무는 조금 지쳐 보였지만 생기 충만한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이 앨범으로 권나무는 올해 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받았고, 동시에 이 음반에 담긴 '그렇게, 나도 모르게'로 '최우수 포크-노래'상도 받았다. 지난달부터 그는 전국으로 4집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다니고 있다.

경남에서는 11일 창원 복합공간 무하유와 18일 통영 삼문당커피로스터에서 공연했다. 창원 공연을 마친 후 권나무를 만나 새 앨범과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11일 창원 복합공간 무하유에서 공연하는 권나무. /이서후 기자

살아낸 시간의 정리

권나무는 2014년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하면서 주목받았다. 2015년 1집 앨범 <그림>(2014) 수록곡 '어릴 때'로, 2017년 2집 앨범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2016) 수록곡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노래' 부문에서 수상했다.

음반과 노래로 2관왕을 차지한 4집은 2019년 1월 1일 3집 <새로운 날>을 내고 6년 8개월 만에 나온 앨범이다. 앨범 작업을 하기 전까지 40~50곡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음악들은 분류돼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 묶어 보아도 의미를 끄집어내기 힘들었다. 그러다 데뷔 10년 차를 맞은 2024년 여름 어느 날, 책상에 앉아서 노래 '청춘'을 만들었는데 이 순간 새 앨범의 의미가 명확해졌다.

"어떤 쓸쓸함과 한때의 우정과 사랑 같은/ 시와 노래 낭만과 꿈과 소망 열정과/ 가치와 철학 믿음과 땀과 눈물/ 그리고/ 사랑, 사랑, 사랑"('청춘' 가사 중)

노래를 만들고 보니 그동안 만든 노래 중 20여 곡이 환상적으로 주르륵 엮였다. 이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앨범 겉표지, 앨범명 '삶의 향기(Life of Fragrance)'도 금방 정해졌다.

앨범 발매 후 그가 진행한 여러 인터뷰를 요약하자면 이번 앨범의 의미는 '살아낸 시간의 정리'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삶은 나선형으로 흐른다. 앞에서 봤을 때는 제자리를 돌며 반복 되는 것 같지만, 옆에서 보면 다양한 곳을 지나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 삶의 향기들이 모여 4집 앨범이 됐다.
11일 창원 복합공간 무하유에서 공연하는 권나무. /이서후 기자

창원·통영 공연 의미

이번에 전국 공연을 다니며 공연장으로 고른 지역은 그에게 고향 같은 느낌과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특히, 김해 출신으로 경남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가 초창기 공연을 다녔던 창원과 통영을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다.

이번 순회 공연에서는 공연 지역마다 주제를 정했는데, 창원은 '돌봄(care)'이다. 창원은 그가 음악을 시작하던 시점에 교류했던 이들이 많은 곳이다. 이번에 공연한 창원 복합공간 무하유에선 2023년 5주년 기념으로 초대 받아 공연한 적이 있다. 무하유 공연에서 권나무는 "고향에 와서 공연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지역마다 공연장에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창원이라는 지역 자체에 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에서 일곱 번째 노래 '잃어버린 게 너무 많아서'를 부른 후 그는 청중에게 "진정한 돌봄을 성찰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현재 돌봄 형태가 외주화된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지니고 있다"라면서 돌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려줬다.
18일 통영 삼문당커피로스터에서 공연하는 권나무. /삼문당
18일 통영 삼문당커피로스터에서 공연 후 관객과 기념 사진을 찍는 권나무. /삼문당

18일 열린 통영 삼문당커피로스터 공연의 의미는 '여기(here)'였다. 이는 4집 앨범 노래 중 '가까이에'와 비슷할 수도 있다고 권나무는 설명했다. 그는 "홍보물에 'Can you Feel it love is here?(여기에 사랑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나요?)'라고 적었는데, 앨범에 있는 단어들의 의미를 관통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나무는 앨범 순서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에 '가까이에'란 곡을 뒀다. 그는 "곡의 의미로 보면, '가까이에'는 이 앨범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를 지닌 곡"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절에 자신의 마음을 담기도 했다.

"지나고 나면 좋은 일이 많았는데/ 난 늘 무언가에 휩싸인 채/ 손에 닿는 기쁨과 내게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안으면서도 눈 마주칠 수가 없었네// 한번 길을 나서 걸어보면 될 일인데/ 때론 너무 오래 잠긴 채/ 불어오는 바람에 넓은 기지개를 켜고/ 어둠이 깊었더라도 난 좀 더 생생하게 말하겠네(후략)" ('가까이에' 가사 중)

그는 가까이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 행복과 사랑 등 유의미한 것을 쫓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도 자기감정에 휩싸여 손에 닿는 기쁨을 외면했던 일이 실제로도 있었고, 그러는 중이기도 하다. 권나무는 "'가까이에'를 부르는 것은 다짐, 선언 그리고 바람과 기도, 속죄의 의미도 있다"며 "노래를 부르고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위선의 증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창원 복합공간 무하유에서 공연 후 인터뷰 하는 권나무. /이서후 기자

경남 공연을 마친 그는 "관객은 공연을 보는 동안 연결 속에 있다. 이번 공연으로 소박한 연결망을 만들었다"며 "오래전에 봤던 관객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 놀랍고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이번 순회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사람, 추억 많은 이들과 이 시점과 지점을 같이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