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아, 그때 기억나니", '90억 사나이' 제자 보며 적장은 웃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전광판의 시계가 경기 시작을 향해 긴박하게 달려가던 2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의 공기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홈팀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표정 때문이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팀 타격 페이스 때문인지, 그라운드에 나선 염경엽 감독의 시선은 훈련 중인 타자들의 방망이 끝에 매섭게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그 차갑던 공기를 단숨에 녹인 한 남자가 있었다. 한화 이글스 채은성이었다.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염경엽 감독을 향해 달려온 채은성이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자 심각하던 염경엽 감독의 얼굴에는 이내 환한 아빠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단순히 적장과 상대 팀 타자의 인사를 넘어선다. 이들의 인연은 무려 17년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 스카우터였던 염경엽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뒤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순천효천고 3학년 채은성을 만나기 위해 직접 순천으로 내려갔다. 당시 채은성은 냉정히 말해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채은성만의 성실함과 눈빛을 믿었다. 부모님을 설득해 LG 육성선수 입단을 제안했던 그날의 선택은, 훗날 KBO리그 육성선수 신화의 서막이 됐다.
염경엽 감독은 LG 사령탑 취임 당시에도 "은성이를 영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록 샐러리캡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제의 인연으로 다시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6년 90억 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터뜨리며 한화의 핵심 타자가 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은 대견함 그 자체였다.

한편, 이날 경기는 LG가 오스틴의 결승타에 힘입어 6-5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하지만 패배한 한화의 라인업에서 가장 빛난 것 역시 채은성이었다. 그는 5번 타자로 나서 4타수 3안타 2타점을 몰아치며 스승이 높이 샀던 그 성실함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경기 전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속에는 1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와,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가 녹아 있었다. 비록 유니폼의 색깔은 달라졌지만, 인생의 가장 막막했던 순간 손을 내밀어준 스승과 그 손을 잡고 보란 듯이 성공한 제자. 잠실구장의 '1mm' 담장 너머에서 포착된 두 사람의 미소는, 결과와 기록이 지배하는 프로의 세계에서도 결국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염경엽 감독과 채은성이 적장과 상대팀 중심타자로 만났지만 여전히 끈끈한 신뢰를 보여줬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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