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 ‘슈퍼그룹’ 급증, 야생동물 피난처된 보호구역···‘보호조치의 자연회복력’

김기범 기자 2026. 4. 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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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점프하는 혹등고래 모습.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고래 분면에 철과 구리 성분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사진작가인 모니크 팰로우즈와 역시 사진작가인 남편 크리스 팰로우즈는 지난해 12월 29일 남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매우 거대한 나머지 “맨해튼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처럼” 보이는 혹등고래 208마리의 모습을 포착했다. 다음날인 30일에는 무려 304마리를 촬영했다. 20마리 이상의 멸종위기 해양포유류 혹등고래가 무리를 이뤄 다니는 경우를 말하는 ‘슈퍼그룹’을 다수 관찰한 것이었다.

크리스는 영국 BBC방송에 혹등고래 304마리를 본 것에 대해 “지구 역사상 하루 동안 발견된 대형 고래 중 가장 많은 수”라면서 “정말로 그들이 회복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니크와 크리스가 이틀에 걸쳐 촬영한 고래들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복된 개체를 제외하면 총 372마리가 이틀간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처럼 남아프리카 서해안 등 일부 해역에서는 혹등고래의 슈퍼그룹을 보는 것이 ‘완전히 평범한 일’이 되었지만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혹등고래는 멸종 직전에 내몰렸던 해양동물이다. 20세기 후반까지 진행된 상업 포경으로 인해 혹등고래의 수는 인간이 포경을 시작하기 전의 5% 미만으로 줄어들었었다.

지난달 30일 독일 북부 발트해의 비스마어만 발피시섬 인근에 좌초된 혹등고래의 모습. AFP연합뉴스 / DANIEL Muller / GREENPEACE GERMANY

그러나 40년 전 전세계가 포경을 중단하면서 고래류의 개체 수는 회복되기 시작했고, 지구 남반구의 바다에서는 혹등고래 개체 수가 매년 최대 12%까지 증가하는 등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일부 혹등고래 개체군은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2019년 미국 연구진은 남대서양의 혹등고래 수가 과거 인간의 포경 등으로 인한 위협이 시작되기 전의 93%가량인 2만4900마리 정도로 늘어났으며, 2030년에는 본래의 약 99%까지 회복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포경을 금지한 이후에도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이어가는 곳은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세곳뿐이다.

특히 20마리 이상의 혹등고래 그룹으로 정의되는 ‘슈퍼그룹’의 목격 사례도 증가 중이다. BBC는 2015~2020년 사이 남아프리카 서해안에서 혹등고래 슈퍼그룹의 목격 건수는 연간 10건에서 65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포경 금지 이후 확인되는 고래 개체 수 회복은 인간에 의해 파괴된 생태계가 인간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입할 경우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포경 금지가 고래라는 특정 종을 위해 실행된 보호 조치였다면 전 세계 곳곳에 지정돼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보호구역은 해당 지역 생태계 자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21일 펴낸 ‘유네스코 보호지역의 사람과 자연’ 보고서의 일부. 바키타 돌고래, 자바코뿔소, 마운틴고릴라, 수마트라 오랑우탄 등 유네스코 보호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 종 현황을 담고 있다. 유네스코 제공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네스코가 21일 펴낸 ‘유네스코 보호지역의 사람과 자연’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개체 수가 73%가량 급감한 상황에서도 유네스코 보호지역의 동물 개체 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로 유네스코 소속 전문가인 탈레스 카르발류 헤젠지는 가디언에 기후위기와 환경파괴 등으로 “전 지구가 빠르게 변화하는 와중에도 보호지역의 회복력은 매우 뛰어남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유류 가운데 대형 동물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 유네스코 보호지역은 중요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코끼리, 호랑이, 판다 등의 경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개체 수가 유네스코 보호지역 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인원, 기린, 사자, 코뿔소, 듀공 등도 전체 개체 수의 10분의 1가량이 유네스코 보호지역 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구상에 10마리 정도만 남은 바키타 돌고래와 약 60마리만 남은 자바코뿔소는 모든 개체가, 1000마리 이하로 개체 수가 추정되는 마운틴고릴라는 90%가량이, 1만5000마리가 남아있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약 85%가 유네스코 보호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네스코가 21일 펴낸 ‘유네스코 보호지역의 사람과 자연’ 보고서에서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의 보호지역 3개 형태 모두로 지정된 사례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꼽힌 제주도의 해녀들 모습. 유네스코 제공

지구상에서 유네스코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175개국 2260곳으로, 면적은 1300만㎢에 달한다. 이는 중국과 인도를 합한 것보다 넓은 면적이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9억명가량이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분의 1이 창출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네스코 보호지역에는 약 240기가t의 탄소가 저장돼 있으며, 이는 인류가 20년 동안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배출하는 탄소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농업지역의 확대와 벌목,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더위 등은 유네스코 보호지역 역시 위협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 세계의 유네스코 보호지역에서 2000년 이후 아프리카의 콩고보다 넓은 면적인 약 30만㎢의 수목 피복(나무가 땅을 덮고 있는 면적)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 보호지역 4곳 중 1곳은 2050년까지 기후위기로 인한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빙하 소멸, 산호초 붕괴, 숲의 건조화,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의 전환 등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공동저자인 카르발류는 가디언에 “이제 기후변화는 정말로 보호지역들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라면서 “앞으로 다가올 도전에 맞서기 위해 적응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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