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토스 충격'에 '공공재로서의 AI' 모델 급부상
앤트로픽이 50개 안팎 기업에 제한적 배포
자유 방임형 미국은 AI 규제에 사실상 실패
공공재로서의 한국형 AI 모델 국제연대 추구
AI 공공 인프라 선투자·AI 배당·노사공동 결정
이재명 정부 사회계약 프레임 기본사회가 발판
자격과 조건 이미 갖춘 한국, 문제는 속도다
<이코노미스트>는 4월 16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이례적인 고백을 했다. "미국의 무분별한 AI 정책이 종말을 맞이하는 듯하다." 이 주간지는 오랫동안 시장의 자율 조정 능력을 가장 신뢰해온 매체의 하나다. 그런 매체가 "자유방임적 접근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4월 7일 앤트로픽의 '클로드 뮈토스(Mythos)' 모델 사건이 결정적 계기였다.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인간 전문가보다 훨씬 잘 찾아내는 모델을 민간 기업이 개발했고, 일반 공개 대신 50개 안팎의 기간기업에만 제한 배포했다.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이 민간 CEO 한 사람의 자율 결정 위에 놓인 현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자유방임의 파산 선언

'신뢰할 수 있는 소수'라는 새로운 함정
이 주간지는 "신형 모델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사용자만 먼저 접근하게 하고, 산업 주도 기관의 인증을 거치게 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언뜻 실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델은 세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공공재로서의 AI, 한국형 모델의 가능성
한국은 동일한 함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미국 대비 세 가지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첫째, 전력·반도체·데이터라는 AI의 핵심 요소가 상당 부분 공공·준공공 자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전·한수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공공 클라우드가 그 예다. 둘째, 전국민 건강보험·국가통계·공공 교육 등 고품질 공공 데이터가 세계적으로 드물 정도로 축적돼 있다. 셋째, 기본사회라는 사회계약 프레임이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운영 기조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세 조건은 '공공재로서의 AI'라는 길을 설계 가능하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네 가지 축으로 묶을 수 있다. ① AI 공공 인프라: 초거대 모델 연산 자원과 공공 데이터셋을 '국가 AI 공공 플랫폼'으로 운영해 중소기업·연구자·지방자치단체·비영리에 공정한 조건으로 개방한다. ② AI 배당: 공공 자원 사용료와 AI 초과수익 과세를 재원으로 전 국민 AI 배당기금을 조성해 분기별 정액 지급한다. ③ AI 공적 인증: 산업 주도 인증이 아니라 시민·노동·학계·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공적 안전 인증 체계를 세운다. 의료·교육·금융 등 생활 기간 영역에 배포되는 AI는 반드시 이 체계를 통과해야 한다. ④ 노동자 공동결정: AI 도입이 일자리·노동강도·감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에서는 노사 공동결정 절차를 의무화한다. 독일의 공동결정(Mitbestimmung) 모델을 AI 시대에 맞게 이식하는 것이다.
이 네 축은 개별적으로 분산된 아이디어가 아니다. 공공 인프라가 선(先)투자되고, 그 인프라에서 발생한 성과가 AI배당으로 국민에게 환류되며, 배포 전에는 공적 인증이 안전과 형평을 점검하고, 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실제 운영에 참여하는 단일한 순환 구조다. 이를 단일 프레임으로 묶어내는 사회계약이 바로 기본사회다. 바꿔 말해, 한국의 AI 거버넌스는 '새로운 규제기관'이 아니라 '기본사회의 확장'으로 먼저 시도되어야 한다. 행정 비용은 최소화하고, 시민 체감은 극대화하는 설계다.
기본사회가 AI 거버넌스의 프레임이 되는 이유
왜 기본사회인가. 첫째, AI 충격은 소득만 흔드는 것이 아니다. 주거·의료·교육·돌봄까지 동시에 재편한다. 단일 규제 영역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둘째, 기본사회는 '최소 보장을 권리로'라는 원칙을 공유한다. 이 원칙이 AI 시대에 필요한 '기본적 기술 접근권'을 자연스럽게 포섭한다. AI 진단, 공공 AI 상담, 전 생애 평생학습 AI 튜터 같은 서비스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이다. 셋째, 기본사회는 재원·거버넌스·정치적 동원이라는 세 요소를 이미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AI 규제만 따로 떼어내는 미국식 접근보다 정책 효율이 훨씬 높다. 2025년 기본사회위원회가 '5대 영역 로드맵'을 확정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AI 거버넌스는 별도 기구를 신설하는 대신 기본사회 체계 위에 얹히는 방식으로 빠르게 가동될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

규제냐 방임이냐의 이분법을 넘어
뮈토스 사건은 하나의 선택을 강요한다. 다섯 명의 천재에게 미래를 맡길 것인가, 시민의 삶에 AI를 동기화할 것인가. 미국은 전자를 거부하기 시작했지만, 후자로 나아가는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 등장한 것이 '신뢰할 수 있는 소수 기업 인증'이라는 절충안이다. 한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기본사회라는 사회계약 위에 공공 AI를 얹고, 시민의 소득·주거·의료·교육·돌봄 권리를 AI 시대의 조건 속에서 재확인해야 한다. 규제와 방임의 이분법을 넘어, '공공이 먼저 설계하는 AI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코노미스트>가 고백은 했지만 끝내 내놓지 못한 대안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그 대안의 설계자가 될 자격과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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