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명에 서비스 4개 ‘수혈’⋯18년째 실험실 갇힌 노인돌봄
3~4등급 63% “부족” 호소⋯시간제한에 묶인 돌봄
18년째 시범사업뿐⋯ 이동·주거권 정식 급여화 시급

정부가 지난달 '돌봄통합지원법'을 전격 시행하며 의료·돌봄 통합 시대를 선언했지만, 정작 현장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필수적인 주거환경 개선과 이동 지원은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정식 급여가 아닌 '시범사업' 꼬리표를 떼지 못해, 노인들을 요양시설로 내모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인천일보가 경기복지재단의 '복지이슈포커스 6호'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참여한 재가 노인들은 1인당 평균 4.2개의 서비스를 '수혈'받아야만 겨우 집에서 버틸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법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방문요양 위주의 단조로운 서비스가 고령층의 복합적인 삶을 지탱하기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임을 증명하는 수치다.
실제로 장기요양 3~4등급 노인의 63%는 서비스 시간과 양이 부족하다고 호소 중이다. 법 테두리는 갖춰졌으나 서비스 이용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기존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생애 말기 돌봄이나 긴급 상황 대응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용 시간의 탄력적 운영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동'과 '주거'의 부재다. 휠체어를 타는 노인이 집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병원 갈 차편이 없어 요양시설을 택하는 '비자발적 입소'가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동 지원과 주거환경 개선은 2008년 장기요양제도 도입 이후 18년째 정식 급여화되지 못한 채 지자체의 선의에 기댄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용빈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법 시행의 핵심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지역에서 생활하도록 돕는 것이지만, 현행 장기요양보험은 서비스 다양성이 부족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동권 보장과 주거 지원을 신속히 급여화해 법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의 '행정 칸막이'도 여전한 걸림돌이다. 공단은 대상자를 발굴하고도 자원 부족을 이유로,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독거노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단은 돌봄통합지원법의 안착을 위해 ▲3~4등급 대상자까지 서비스의 획기적 확대 ▲이동·주거 서비스의 즉각적 급여화 ▲지자체-공단 간 실시간 협업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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