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사법 체계에서 피해자는 없다

기호일보 2026. 4. 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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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엄벌 기조하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소년법은 피해자의 진술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피해자들 대부분이 진술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심리 일정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피해자 보호 강화는 가해 소년 보호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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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호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정호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엄벌 기조하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그런데 이 논쟁 가운데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외면받고 있다. "소년범죄의 피해자는 충분한 도움을 받고 있는가?"

현행 소년법하에서 만 19세 미만 소년에 대한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형사재판으로 넘어간 경우에도 공개가 제한된다. 이러한 비공개 원칙은 가해 소년의 낙인 방지와 사회 복귀를 위해 필요한 장치일 수 있으나 피해자의 기본적 정보권까지 봉쇄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피해자들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최소한의 정보도 확인하기 어렵다. 심리는 공개되지 않고 재판 기록 열람·등사도 제한된다. 소년법은 피해자의 진술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피해자들 대부분이 진술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심리 일정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외의 경우 뉴질랜드에서는 피해자가 핵심 참여자로 참가하며 모든 합의 결과는 피해자를 포함한 참여자 전원의 동의를 거쳐야 효력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피해자가 절차의 '결정 주체'가 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2008년 피해자 등에 의한 소년심판 방청을 인정하는 등 소년심판 비공개 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수정을 했다.

성인 형사사건에서는 검사가 처분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보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소년보호사건에서는 처분 결과를 피해자에게 공식 통보하는 제도가 없다. 소년원 송치인지, 보호관찰인지, 단순 훈방인지 피해자는 알 수 없다. 게다가 피해자에게 보호처분 결정에 대한 항고권도 부여되지 않는다. 가해 소년과 보호자는 처분에 불복, 항고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그 권리가 없다.

또 소년법은 소년부 판사가 피해자와의 화해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의존하며 제도 활용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 독일에서는 피해자-가해자 조정(TOA)이 지난 1990년 법제화된 이후 전국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 소년으로부터 직접 사과와 배상을 받으며 전문 사회복지사가 이를 지원한다. 특히 학교폭력 등 관계적 범죄에서는 이러한 회복적 사법이 적용돼야 할 필요성이 높지만 우리나라에는 전문 조정인이 체계적으로 개입하는 제도가 없고 피해자에게 사전에 충분한 안내와 지지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소년보호처분에는 강제적 손해배상 명령도 포함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금전적 배상을 받으려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변호사 선임 비용, 증거 수집 부담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소년범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인 배상은 어려운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이중의 고통 즉 범죄 피해와 배상 불능 사이에 방치된다.

그리고 소년범죄 피해자 특히 또래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 청소년에 대한 전문적 심리 회복 서비스가 매우 부족하다.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해바라기센터 등 일부 지원이 있으나 일반 폭력·집단따돌림·디지털 범죄 피해 청소년을 위한 국가 지원 체계는 정비돼 있지 않고 소년보호사건 피해자는 구조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년사법의 목적은 가해 소년의 교화에만 있지 않다. 피해자의 회복, 관계의 재건, 공동체의 치유가 함께 이뤄질 때 소년사법은 온전히 기능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소년사법 체계에서 피해자는 정보, 목소리, 배상, 심리 지원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 강화는 가해 소년 보호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회복은 피해자가 절차에 참여할 때 더 잘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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