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마석도… MMA 무대 접수한 ‘괴물 형사’

‘레슬링 국대 출신’ 하남경찰서 이종구 순경
종합격투기 2전 2승 압도적 실력 과시
수사 본업… 현장서 직업적 보람 느껴
공부 이어가며 취미로 훈련 병행 의지
1라운드 시작 10초 만에 바닥을 쓸며 전광석화처럼 파고들어 두 팔로 상대 두 다리를 휘어잡아 그대로 눕혀 버렸다. 곧이어 상체를 뭉개고 파운딩 공격을 퍼부은 지 1분 정도 지났을까, 경기를 말리는 심판의 스탑 사인. 일방적인 경기 결과에 해설진은 “이 정도면 거의 교통사고”라고 혀를 내둘렀고, 유튜브 중계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적혔다. “마동석(영화 범죄도시에서 강력계 형사 ‘마석도’를 연기한 배우)이 현실에 있다면 저런 느낌일까.”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열성팬들을 보유한 국내 종합격투기(MMA) 단체 ‘블랙컴뱃’에 중량급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하남경찰서 형사과 형사2팀의 이종구 순경(31). ‘알밤’이란 링네임을 쓰는 이 순경은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한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으로, 국대 선발전 및 전국체전 등 굵직한 대회에서 숱한 우승 기록을 자랑한다. 이후 주짓수까지 섭렵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입상했다. 상대를 눕히는 태클과 더불어 땅바닥에서 제압하는 기술 모두 보통 아닌 초고수란 얘기다. 그런 그가 MMA에 나타났으니, 신인(2전 2승)이라 해도 상대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알밤’이란 링네임은 충남 공주 출신이라 지역 특산물을 생각해 큰 뜻 없이 지은 것인데, 훨씬 강한 이미지에 애꿎은 네임이 도마에 오를 정도다.
이 순경을 지난 17일 하남경찰서에서 만났다. 2021년 무도 특채로 경찰에 입직한 그는 첫 진급을 명 받고 이달 말 경장으로 승진을 앞두고 있다.
이 순경은 혜성처럼 MMA계에 등장한 배경에 대해 “타 체육관 선수들과 함께 주짓수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팀 관장님이 ‘대타로 뛰어볼래?’라고 제안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경기를 뛰게 됐다”며 “상대를 눌러놓고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기술에 워낙 자신감이 있어서 승낙했고, 소개받은 MMA 체육관에 1달 등록해 타격 연습도 그때 처음 해보고 대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UFC를 보지 않을 정도로 MMA에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경기를 해보니 매력이 크게 다가왔고 취미인 주짓수·레슬링에 이제 MMA 비중을 높여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MA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순경이 애정과 시간을 쏟는 건 아무래도 본업인 경찰 일이다. 그는 “멋이 있어 보였고 동경했던 경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크다”며 “수사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초반은 쉽지 않았지만 부서 선배·형님들을 통해 배우고 범죄자들을 추적하면서 직업적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순경은 특히 강력팀과 보이스피싱 전담팀에 있을 때의 성과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연인 관계 강력사건이 있었는데, 가해 남성의 혐의가 불분명해 불구속 상태로 조사했어요. 이후 조사를 통해 혐의를 구체화했고 잠복근무를 통해 체포영장을 집행해 검거했는데, 그때 가해자의 음주운전 혐의까지 적발할 수 있었어요. 보이스피싱 수사를 할 때도 기억에 남아요. 휴대전화 위치값을 추적해 피의자가 대구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주거지에 찾아간 날이었죠. 그때 집에 인기척이 없어 사다리를 빌려 3층 높이 난간을 올라갔습니다. 집 창문 너머 피의자가 숨어 있는 걸 확인하고 들이닥쳐 붙잡았던 게 생생합니다.”
이 순경은 경찰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되, 남은 시간을 MMA 훈련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위험 상황에서 피의자를 제압할 때 최대한 신속하게, 다치지 않도록 하는 법을 몸으로 알기에 보다 더 안전한 초동대응법을 터득해 동료들과 공유해보겠단 고민도 있다. 그는 “수사에 대해서는 아직 배울 게 많기 때문에 수사기법과 판례, 기존 사례를 통해 공부를 계속해나갈 거고, 체포술에도 관심이 많아 이를 연마해 언젠가는 전담 교육직원이 되고 싶은 바람도 있다”며 “MMA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 취미 가운데 큰 비중을 두고 훈련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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