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전권·닉스권 어디죠?”… 집값까지 바꾼 셔틀버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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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송파구 위례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일부 단지에서는 대기업 셔틀버스 정차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지하철역과 학군이 집값을 좌우했다면, 최근엔 대기업 셔틀버스 노선도 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며 "좋은 일자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오갈 수 있는 곳의 가치가 높아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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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송파구 위례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출근길 인파가 하나둘 모이더니 금세 긴 줄이 만들어졌다. 잠시 뒤 SK하이닉스 로고가 붙은 셔틀버스가 도착하자 20여 명이 차례로 올라탔다. 셔틀버스는 2대가 뒤따라 더 도착했다. 이후 인근 단지 몇 곳을 더 들른 뒤 경기 이천캠퍼스로 향했다. 같은 시간대 주변 도로에 삼성SDI와 LG 계열사 통근버스도 잇달아 오갔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로 매일 셔틀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A(32)씨는 “자가용으로 왕복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갈아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직원들은 집을 구할 때 셔틀 정차장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가장 먼저 본다”고 말했다.
◇“지하철역보다 셔틀 정류장”… 달라진 집 고르는 기준
수도권 외곽 산업단지로 향하는 대기업 셔틀버스 노선 주변 주거지가 신규 선호지로 떠오르고 있다. 역세권처럼 셔틀버스를 쉽게 탈 수 있는 지역을 뜻하는 이른바 ‘셔세권(셔틀+역세권)’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지방 생산 기지 근무 인력이 늘면서, 출퇴근 편의성이 집값과 전·월세 수요를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대기업들이 지역 사업장 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 주요 거점에 통근버스를 늘리면서 셔세권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용인시 수지구·하남시 미사·서울 위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지나는 단지는 인기가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각각 ‘삼전권’ ‘닉스권’으로 부른다. 셔틀버스 실제 정차 위치, 배차 간격, 좌석 경쟁률까지 공유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1일 출근길에 만난 SK하이닉스 직원 B(30대 후반)씨는 지난해 위례동으로 이사 왔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활 인프라를 갖춘 곳을 찾았다”며 “회사 셔틀버스가 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찾다가 위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성과급 들어오면 잔금 치른다”… 부동산도 들썩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 1인당 평균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셔세권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고액 성과급을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 “대졸 숨기고 고졸 지원”… ‘억’ 소리 성과급에 ‘하닉고시’ 열풍)
용인 수지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셔틀 정류장까지 도보 몇 분인지 가장 많이 묻는 사람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이라며 “연초 계약금을 걸고 성과급이 지급되면 잔금을 치르겠다고 말하는 매수자도 있었다”고 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대기업 셔틀버스 정차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직장인이 유입되면 실거주 수요가 늘고 집값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지하철역과 학군이 집값을 좌우했다면, 최근엔 대기업 셔틀버스 노선도 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며 “좋은 일자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오갈 수 있는 곳의 가치가 높아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권 ‘셔세권’ 효과는 온도 차
다만 지역 상권에선 셔세권 효과를 체감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뉘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용인시 주요 발달 상권 6곳의 점포당 평균 매출은 4625만원으로, 경기도 평균(4217만원)을 웃돌았다. 반면 화성시(3300만원)와 하남시(2417만원)의 발달 상권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하남시 미사역 근처 일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42)씨는 “금요일이나 주말 저녁 테이블은 대부분 만석”이라면서도 “주중엔 한산할 때도 있어 1년 전과 비교해 체감할 만큼 매출이 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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