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바다, 기후의 경고 ①] 사라지는 바다 숲...해조류 붕괴의 시작

박치현 대기자 2026. 4.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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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 암반 37.13% 갯녹음
동해 49.26%로 피해 집중

수온 상승과 생리 한계 초과, 해조류 생존 압박

'바다의 숲'으로 불리는 해조류는 한반도 연안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생산자다. 다시마와 미역, 감태, 모자반으로 대표되는 해조류 군락은 수많은 해양 생물에게 산란장과 서식지를 제공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의 핵심 축이다.
최근 바다 숲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그런데 최근 바다 숲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의 장기 관측 데이터를 보면 한반도 해역의 생태계 변화가 뚜렷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의 조사 암반 면적 428.44㎢ 중 37.13%에 해당하는 159.07㎢에서 갯녹음 현상(백화현상)이 확인된다. 

지역별로는 동해 49.26%, 제주 39.02%, 남해 17.61%, 서해 8.20%로, 특히 동해안의 피해가 심각하다. 갯녹음은 해조류가 사라진 바위 표면을 석회조류가 덮으면서 하얗게 변하고, 바다 생물이 살기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또한 최근 수십 년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단위면적당 생물량(현존량)도 감소 추세다. 특정 해역에 국한되지 않고, 동해, 남해, 서해 전반에 걸쳐 각기 다른 시공간적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해역 수온 상승, 전 지구 평균 상회

2026년 4월 기준, 관측 자료를 종합하면 한반도 해역의 표층수온 누적 상승폭은 1.5°C로 집계된다. 전 세계 평균 상승폭 0.38°C와 비교하면 3.9배 가파르다. 최근 10년 기준 상승률도 0.2~0.3°C로 전 세계 평균 0.1°C의 2~3배 범위다.

해역별 표층 수온 상승폭은 동해 1.6°C, 남해 1.1°C, 서해 0.8°C로 차이가 뚜렷하다. 동해와 서해 간 격차는 0.8°C, 동해와 남해 간은 0.5°C이다. 이 같은 비대칭적 상승 구조는 현재 수온 분포에도 반영된다. 동해는 가장 높은 절대 수온과 상승률(0.25~0.3°C/10년)을, 서해는 낮은 수준(0.15~0.2°C/10년)을 유지하며, 동해의 상승률은 서해보다 최대 1.5배 높다. 

동해는 쓰시마 난류의 영향으로 난류성 해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수온이 높게 유지된다. 깊고 반폐쇄적인 해역 구조로 인해 열이 축적되면서 수온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반면 서해는 수심이 얕고 강한 조석 혼합, 하천수 유입으로 열이 빠르게 분산된다. 이에 따라 동해보다 수온이 낮고 상승률도 완만하다.

수온 상승, 해조류 생리 한계 초과

해조류의 생육 조건은 수온에 의해 결정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감태·모자반류는 14~22°C, 다시마류는 8~15°C, 미역은 5~20°C에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적정 범위를 초과하면 광합성 효율과 포자 발아율이 급감한다. 2025년 기준, 남해안과 동해안 남부 해역의 여름철 평균 수온은 24.5°C까지 올라갔고, 일부 연안에서는 26.5°C를 기록했다. 

한반도 연안 해역은 최근 수온 상승으로 감태와 모자반류의 생육 한계 온도를 초과하는 조건이 빈번해지고 있다. 다시마류 역시 생육 가능 범위를 벗어난 고수온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생리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다. 위성 관측과 현장 실험 결과, 고수온 지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조류 개체군 감소율도 비례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안, 다시마 숲의 역사적 붕괴

동해안은 한반도 해조류 위기의 최전선이다. 1990년대만 해도 강원도 고성에서 경북 포항까지 이어지는 연안에는 다시마 숲이 울창했다. 어민들은 여름철에도 바닷속이 시원하게 보일 정도로 다시마가 우거졌다고 증언한다.

2024년 한국수산자원공단 모니터링 결과, 동해안은 조사 암반 면적의 절반이 갯녹음에 뒤덮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 초반 국지적 발생에서 현재 연안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수온이 올라가면 해조류가 허물어지고, 그 빈자리를 석회조류가 점유하면서 백화현상(갯녹음)이 발생한다. 동해안 갯녹음 비율은 2000년 대비 3.2배 늘어났다. 가파른 수온 상승(0.28°C/10년)과 계절 변이 폭 확대, 동한난류 세기 변화가 복합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6년 4월 기준, 관측 자료를 종합하면 한반도 해역의 표층수온 누적 상승폭은 1.5°C로 집계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남해안, 갯녹음 확산과 생태계 사막화

남해안은 해조류 소멸이 갯녹음 현상으로 이어지는 대표적 사례다. 통영, 거제, 남해군 연안의 바위 표면은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바다 생물이 정착하기 어려운 사막화 단계에 진입했다. 

국립해양조사원 위성 분석에 따르면 갯녹음 면적은 연간 1,200헥타르(축구장 1,680개 면적)씩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대비 2.4배 확대된 수치다. 갯녹음이 진행된 해역의 해조류 바이오매스는 정상 해역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종별로는 감태와 모자반류가 95% 줄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며, 다시마류는 87% 감소를 기록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성게 개체군이 늘어난다. 해조류가 제공하던 성게의 포식자(대형 어류, 불가사리류) 은신처도 함께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도를 비롯한 동해안 일부 해역의 성게 개체군 밀도가 정상 해역 대비 5~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평균 24.5°C를 넘나드는 고수온은 해조류 유생 정착률을 정상 대비 15%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포식자가 사라진 해역에서는 성게의 해조류 섭취가 왕성해, 갯녹음 발생 후 5년 이상 경과한 해역에서 자연 회복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서해안, 염분 하락이라는 또 다른 위기

서해안은 남해나 동해안보다 수온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염분 하락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립해양조사원과 국립수산과학원 관측 자료를 종합하면 2000년대 초반 평균 31~32PSU 수준이던 연안 표층 염분은 2020년대 들어 28.5~29.8PSU 범위로 낮아졌다. 여름철 집중 강수와 중국 연안의 저염수 유입 빈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염분 저하는 우뭇가사리류 생리 반응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우뭇가사리는 30PSU 이상 환경에서 광합성과 세포 내 삼투압 조절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28PSU 이하 조건에서는 광합성 효율이 20~40% 감소하고 조직 성장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저염 환경이 지속되면 포자 부착률과 발아율이 동시에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군산과 서천 연안 우뭇가사리 채취량은 2000년대 이후 급감한 상태다. 국내 우뭇가사리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했던 이 해역은 현재 사실상 고갈 상태다. 서식 밀도 감소와 함께 개체 크기 축소, 단위 면적당 생물량도 75%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 에너지 대사가 억제되면서 성장과 번식이 동시에 제한된 결과로 해석된다.

우뭇가사리 군락은 염분이 안정적인 외해로 이동하고 있다. 금강 하구와 군산 내만, 서천 장항 연안에서는 기존 군락이 빠르게 사라졌다. 수심이 깊고 해수 교환이 활발한 일부 외해에서 제한적으로 관측될 뿐이다.
전 세계 해조류는 연간 1억 7,5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해조류 소멸, 바다의 허파 기능 상실 위기

해조류는 바다의 허파로 불린다. 전 세계 해조류는 연간 1억 7,5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흡수량과 맞먹는 규모다. 국내 연구진은 한반도 해조류 숲의 블루카본 저장 능력을 분석 중이다. 한반도 연안 해조류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군락 소멸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조류 감소는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멸 과정에서 저장된 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돼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전환 효과는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2050년 전망, 임계점에 도달한 바다

국제해양연구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호주, 캘리포니아, 지중해 등 주요 해역에서도 공통적으로 해조류 서식지 감소가 관측된다. 전 지구적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열파 빈도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반도 연안은 이러한 전 지구적 변화에 지역적 요인이 추가로 작용한다. 반폐쇄성 해역 특성으로 인해 해수 교환이 제한되고, 계절별 해류 변동 폭이 크다. 여기에 동북아 해역 중 상대적으로 높은 표층 수온 상승률이 결합되면서 해조류 감소 속도가 가속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국내외 기후 모델링 시뮬레이션은 2050년 한반도 연안의 평균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의 경우 동해안 다시마 숲은 2050년까지 사실상 완전히 소멸한다. 남해안 감태와 모자반류의 서식지도 극히 일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해안 우뭇가사리류는 상업적 채취가 완전히 불가능한 수준으로 고갈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파리협정 목표(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C 억제)를 달성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강력하게 이루어지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추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억제될 수 있다. 이 경우 동해안 남부와 남해안 동부의 일부 해조류 군락은 극소수 잔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진행된 수온 상승과 갯녹음의 돌이킬 수 없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해역의 회복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분석한다.

임계 구간에 접근한 연안 생태계

과학자들은 한반도 해양 생태계가 임계점(tipping point)에 근접했거나 이미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바다 수온은 여전히 상승 추세다. 해조류 군락은 축소되고, 갯녹음은 확산되고 있다. 변화는 해역별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복합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는 공통적이다.

일부 해역에서는 생태 구조 전환이 시작됐다. 해조 숲 붕괴는 먹이망 약화와 어장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탄소 흡수 기능 약화도 동반된다. 이 변화는 단계적으로 누적된다. 일정 구간을 넘으면 회복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현재 통계 자료는 특정 시점의 전면 붕괴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회복 가능 범위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 관리 수준과 복원 개입이 결과를 좌우하는 구간이다. 한반도 연안 생태계는 위험 상태에 들어섰다. 2050년 우리나라 바다는 임계점을 넘어 회복 불가능한 단계로 진입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