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박물관 수장고 속 신라가 깨어나다

강시일 기자 2026. 4. 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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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신라의 찬란한 불교 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이 새 옷을 갈아입는다.

경주박물관은 다가오는 5월 프랑스 파리 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릴 '신라 특별전'과 6월 '황룡사지 발굴 50주년 기념 특별전'에 주요 소장품들이 출품되는 것을 계기로 신라미술관의 상설전시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소장품 103점을 대거 공개하며 신라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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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선방사 탑지석’ 최초 공개 및 황룡사지 출토 유물 93점 새롭게 선보여
국립경주박물관이 신라미술관에 새롭게 전시하는 선방사 탑지석.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천년 신라의 찬란한 불교 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이 새 옷을 갈아입는다.

경주박물관은 다가오는 5월 프랑스 파리 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릴 '신라 특별전'과 6월 '황룡사지 발굴 50주년 기념 특별전'에 주요 소장품들이 출품되는 것을 계기로 신라미술관의 상설전시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소장품 103점을 대거 공개하며 신라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번 신라미술관 개편의 가장 큰 성과는 그간 학술적으로만 알려졌던 '선방사 탑지석(禪房寺塔誌石)'의 최초 공개다. 경주 남산 선방곡에 위치했던 선방사의 탑 안에서 발견된 이 탑지석은 신라 사찰의 역사와 탑 건립의 의미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귀중한 자료다. 돌에 새겨진 정교한 글귀는 신라인들이 가졌던 신앙의 깊이와 기록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탑지석은 장방형 석재로 네 면에 걸쳐 총 60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으며, '건부 6년(879, 헌강왕 5) 기해년 5월 15일에 선방사의 탑을 수리한 기록과 함께 사리 23과, 금과 은 공양물의 봉안 내역, 그리고 불사에 참여한 승려들의 명단'이 기록돼 있다.

불교사원실에서는 신라 최대 사찰인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93점이 새롭게 관람객을 맞이한다. 건물 터와 회랑 터 등에서 발굴된 불교 공예품과 실제 사찰에서 사용했던 생활용구들이 전시돼 거대하고 화려한 황룡사의 모습 뒤에 숨겨진 신라 승려들의 구체적인 일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는 특별전이나 보고서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공개되던 유물들이 상설 전시실로 나와 대중과 처음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황룡사 치미. 강시일 기자

새로운 유물들이 활기를 불어넣는 가운데, 신라미술관의 터줏대감인 국보급 유물들은 여전한 위용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백률사 청동약사여래입상(국보)'은 신라 금동불 제작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높이 1.77m에 달하는 이 불상은 당당한 체구와 자비로운 미소를 통해 통일신라 전성기의 조형미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비록 두 손은 사라졌지만, 신체의 굴곡을 따라 흐르는 유려한 옷주름과 정교한 주조 기법은 당시 신라인들이 불교라는 신앙을 얼마나 수준 높은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증명한다.

관람객을 압도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황룡사 치미다. 치미는 전통 건축물의 지붕 양 끝을 장식하는 대형 기와다. 황룡사에서 발견된 이 치미는 높이가 무려 1.82m에 달해 현존하는 치미 중 가장 크다.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옆면에 새겨진 연꽃무늬와 사람 얼굴 모양의 장식은 신라인의 섬세한 예술적 감각을 잘 보여준다. 이 거대한 치미는 당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황룡사 금당의 위용을 상상하게 하며 하늘로 비상하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기상과 염원을 담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에 전시하고 있는 백률사 청동약사여래입상. 강시일 기자

이번 전시는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세상과 연결하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특히 해외 전시를 위해 떠난 유물들의 빈자리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수장고 속 유물들로 채움으로써, 신라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상설전시 교체를 통해 황룡사의 사찰 운영과 일상, 그리고 신라 불교문화의 구체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신라의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천년 전 신라인들이 꿈꾸었던 이상 세계를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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