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현장] 日 축구 아기자기하다고? 유연함으로 K리그 돌파하는 전략가의 '시선 비틀기'→ "프리미어리그조차 바뀌었다"

<베스트일레븐> 김천-조남기 기자
"짧은 장면으로만 보면 아기자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30분, 김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6 9라운드 김천 상무(이하 김천)-강원 FC(이하 강원)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3-0, 강원의 '완승'이었다. 강원은 전반 36‧48+4분 김대원, 후반 39분 아부달라의 연속골에 힘입어 시즌 첫 승을 노리던 김천을 가뿐하게 제압했다.
정경호 강원 감독은 김천전에서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한 번 더 입증했다. 모든 팀이 까다로워하는 김천을 '완파'하며 현재 강원이 선택한 전략의 '실효성'을 드러냈다. 덕분에 강원은 K리그1 '3위'까지 진격했다. 김천전의 히어로였던 김대원은 경기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린 상대보다 한 발 더 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FC 서울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선수단에 신뢰라는 것이 짙게 깔려 있는 듯했다.
선수단에 풍기는 신뢰는 결국 사령탑으로부터 시작된다.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이 올바른 방향이어야 팔로워들도 의심 없이 따라간다. 그런 점에서 정경호 감독은 시즌 초반 최고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옳은 선택의 연속으로 유닛들의 신뢰를 얻었다. 결과를 잡지 못했던 구간에서 사용하던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하고 맞는 옷을 다시 찾아 강원에 입힌 게 결정적이었다. 고수하던 철학을 변동한다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변화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를 감단하려면 용기와 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경호 감독은 어떻게든 밀어붙였고, 현재로서는 도전이 성공적으로 여겨진다.

정경호 감독은 "변화가 쉽진 않았다. 하지만 꾸준하게 생각하고 있긴 했다. 선수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가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트렌드는 바뀌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이하 ACLE)를 경험하며, 그리고 최근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아스널 경기를 보면서도 깨달았다. 트렌드는 분명 변화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강원을 빌드업 기반의 시스템에서 심플함을 무기로 삼는 팀으로 바꿔가는 까닭에 대해 부연했다. "예전에는 구조적인 빌드업을 통해 상대를 깨고 들어갔다. 그게 각광 받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대 진영으로 얼마나 빨리 들어가고, 뺏겼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얼마나 빨리 공격 상황으로 넘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즉, '기동력 있는 심플한 플레이'다. 상대 진영에서 찬스를 '많이' 만드는 게 핵심이다."
정경호 감독은 모방을 서슴지 않는다. 모방을 통해 강원을 최적화하기 위한 방책을 끊임없이 찾아내기 때문이다. 최근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 포착된 기류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도 그에게는 훌륭한 참고서다.


"EPL도 달라졌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유형처럼 유연한 빌드업이 주류를 이루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기동력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에서 싸워주는 플레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스톤 빌라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걸 보라. 맨시티-아스널전에서도 골키퍼가 공을 던져서 재빠르게 역습으로 밀고 들어가던 그 장면. 아주 작은 차이, 그게 승부를 갈랐다. 일본 국가대표팀도 이런 부분에서 잘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아기자기한 빌드업'으로 궤도에 올랐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짧은 장면으로 봤을 때는 아기자기하다고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도 '심플'을 우선한다. 심플함을 기반으로 했을 때야 이어서 좋은 장면이 나오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상대 지역으로 어떻게 빨리 들어갈 것인가'다."
정경호 감독의 현시점 기준 축구 철학은 '눈 깜짝'이다. 강원을 눈 깜짝할 때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빌드업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속공을 가하는 것이야말로 트렌드에 맞는다고 확신하는 정경호 감독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내려가겠다. 선수들에게 이런 팀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니 많이 뛰어야 한다. 결국 기동력이고, 그래야 다이내믹한 축구가 효과를 낸다."
정경호 감독에 따르면, 강원은 K리그1 7라운드까지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PPDA(Passes Per Defensive Action‧수비 행동당 허용 패스 수) 수치가 1위다. 전방 압박 강도가 최고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선수단이 얼마나 많이 뛰는지, 정경호 감독이 프레싱을 얼마나 요구해쓴지가 드러난다.
다가오는 주말엔 흥미로운 한판이 예정됐다. 강원은 PPDA 부문의 또 다른 강자인 리그 1위 FC 서울을 상대한다. 공을 운반하는 방식을 담백하게 변경한 정경호 감독과 강원이 파죽지세로 리그를 휘젓는 FC 서울을 마주했을 때 어떤 광경이 연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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