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률 1%’ 멸균팩을 백판지로…자원순환 ESG 새 기준 세우다 [헤럴딥-그 회사 어때? 한솔제지]
분리 까다로워 재활용업계 골칫거리
70억 투자, 재활용시스템 새로 구축
종이제품 49% 재활용 원료로 생산
친환경 매출 4991억…경영성과 입증
폐수 재처리·사용해 하천오염 막아
![한솔제지 천안공장의 백판지 생산시설(왼쪽)과 한솔제지가 멸균팩을 재활용해 만든 달력·거치대 세트. [한솔제지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2/ned/20260422131439892cwoq.png)
오렌지 주스 한 팩을 다 마시고 나면 그 종이팩은 어디로 갈까. 대부분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비닐 코팅이 돼 있어서 일반 종이로 분리수거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은 게 멸균팩이다. 펄프와 플라스틱, 알루미늄이 층층이 붙어 있는 이 복합소재는 재활용률이 약 1%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재활용 사각지대였다.
한솔제지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국내 최대 제지 기업이 종이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버려지는 종이를 다시 종이로 되살리는 자원순환의 고리를 직접 만들어 나서고 있다. 멸균팩을 다시 백판지로, 종이팩을 다시 포장재로. 쓰레기로 분류되던 것들이 한솔제지 공장을 거쳐 새 제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재활용률 1%, 멸균팩의 역설
멸균팩은 오랫동안 재활용 업계의 골칫거리였다. 우유, 두유, 주스 등 상온 보관 제품에 쓰이는 멸균팩은 외부에서 보면 그냥 종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이(펄프)와 플라스틱, 알루미늄이 겹겹이 붙어 있는 복합소재다. 이 세 가지를 분리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까다롭다 보니 재활용률이 1% 안팎에 머물렀다.
한솔제지는 2024년 환경부와 멸균팩 자원순환 체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결과는 이듬해 나왔다. 멸균팩을 재활용해 만든 백판지 제품이 국가기술표준원의 GR(Good Recycled) 인증을 획득했다. GR인증은 재활용 제품의 품질이 새 원료로 만든 제품과 동등하거나 그에 준한다는 것을 국가가 공인하는 인증이다. 멸균팩 재활용 백판지가 이 인증을 받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한솔제지가 풀어낸 것은 백판지 생산에서 그치지 않았다. 멸균팩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폴리알, 즉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결합된 복합소재를 플라스틱 팔레트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도 함께 확보했다. 버리던 것도 버리지 않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로써 ‘소비→수거→재활용→생산→재사용’으로 이어지는 멸균팩 자원순환 모델이 완성됐다.

2023년 70억 투자…종이팩 전공정 재활용 시스템 구축
멸균팩보다 조금 더 친숙한 것이 일반 종이팩이다. 우유팩이 대표적이다. 흔히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재활용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일반 종이류에 비해 낮다. 안쪽에 폴리에틸렌 코팅이 돼 있어 처리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솔제지는 2023년 70억원 규모의 재활용 설비를 대폭 확충하면서 종이팩 자원순환 체계 구축에 속도를 냈다. 단순히 설비 하나를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종이팩 원료 투입부터 종이 제품 생산까지 전 공정에 이르는 재활용 시스템 전체를 새로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솔제지는 서울시, 천안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종이팩 회수·재활용 업무협약을 잇달아 맺었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종이팩이 지자체 수거 시스템을 통해 한솔제지 공장으로 들어오고, 거기서 포장용 백판지 등 종이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구조다.
숫자로 본 성과는 더 구체적이다. 한솔제지의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은 2023년 46%에서 2024년 49%로 상승했다. 만드는 종이의 절반 가까이가 새 펄프가 아닌 재활용 원료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FSC Recycled 등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제품들의 매출액도 2023년 4663억원에서 2024년 4991억원으로 7% 늘었다. 친환경이라는 방향성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FSC Recycled 인증은 재활용 원료를 사용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인증으로, 유럽 등 선진 수출 시장에서 납품 자격 요건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증 자체가 곧 수출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재활용을 통한 종이 자원순환체계 구축은 환경적 가치를 지킴과 동시에 공급망 안정 등의 산업적 효율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나무, 농사지은 겁니다”
제지 산업에 대한 세간의 가장 큰 오해는 원료 조달 방식에서 비롯된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열대 우림을 베어낸다는 이미지다. 실제로는 어떨까.
현재 글로벌 제지 업계에서 사용되는 펄프의 원료는 대부분 조림지에서 나온다. 조림지란 목재나 펄프를 생산할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이다. 쌀이나 밀을 수확하기 위해 농경지를 일구는 것처럼, 종이 원료용 나무도 처음부터 그 목적으로 키워진다.
한솔제지 천안공장 정경표 공장장은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 공장장은 “대부분 펄프는 수입산인데, 펄프는 조림지에서 재배한 나무만 쓴다. 벼농사랑 비슷하다. 5~7년 주기로 수확하고 다시 심는다. 나무는 어릴 때 이산화탄소를 제일 많이 흡수한다. 초기 5년이 피크다. 다 크면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든다. 때문에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수확하고 다시 심는 것이 탄소 흡수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정 공장장이 이같이 말할 수 있는 근거는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제도다. FSC는 국제 산림 관리를 인증하는 비영리 기구다. 산림이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심사해 인증을 부여한다.
FSC 인증 체계에서는 원칙이 하나 있다. 조림지 외의 자연림, 특히 생태적으로 보호 가치가 있는 산림에서 벌채된 목재나 펄프는 FSC 인증 제품 생산에 사용할 수 없다. 아마존 열대 우림을 불법 벌채해서 만든 펄프가 한솔제지 공장에 들어오는 일은 인증 구조상 차단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FSC 인증은 1년에 한 차례 갱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서류상 인증이 아니라 매년 현장 실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검증받는 구조다.

물도 ‘자원 순환’… 종이 회사가 ‘자원 순환’ 기업으로
종이 산업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던 또 다른 이유는 물이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고, 그 폐수가 하천을 오염시킨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제지 산업에 따라붙었다.
제지 공정에서 물이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종이는 펄프를 물에 풀어 섬유를 균일하게 분산시킨 뒤, 이를 망 위에 얇게 펼쳐 수분을 제거해 만든다. 공정 초기 단계에서 펄프 농도는 불과 1% 수준이고, 나머지 99%가 물이다. 그 물을 빼내고, 압착하고, 열로 건조해 종이를 완성한다.
그렇다면 빠져나간 물은 어떻게 될까. 한솔제지 천안공장의 경우, 공정에서 사용된 물은 자체 폐수처리 시설을 거쳐 재처리된 후 다시 공정에 투입된다. 단순히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쓰고 또 쓰는 순환 구조다. 외부로 방류되는 물은 이 재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만 배출되며, 수질 자동측정기기(TMS)로 pH, 부유물질, 유기물 농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한솔제지는 국내 최대 제지 기업이다. 장항, 대전, 천안, 신탄진 등 4개 공장에서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 감열지 등을 생산하며 직원만 1700여 명에 이른다. 외형으로만 보면 전형적인 굴뚝 제조업이다.
한솔제지의 방향은 ‘종이를 만드는 회사’에서 ‘자원을 순환시키는 회사’로의 전환이다. 버려지는 멸균팩을 백판지로, 쌓이는 종이팩을 포장재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 혁신으로. 만드는 것과 되살리는 것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는 중이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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