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길어진 여름·사라진 밤...인류 삶 바꾼 위기

곽은영 기자 2026. 4. 22. 12: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엘니뇨부터 산불까지...흔들리는 지구 시스템
무너지는 기후 시스템 징후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름이 점점 더 길어지고 강해지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위기가 단순히 선형적 온도 상승이 아니라 지구시스템 전반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관찰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여름이 길어지고, 태평양 해수면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며, 산불은 이제 밤에도 멈추지 않는다. 낮과 밤,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극단적 기후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름 길이 10년마다 약 6일 증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름이 점점 더 길어지고 강해지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전 세계 10개 도시를 대상으로 여름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여름은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환경연구레터스(ERL)에 7일 발표됐다. 

연구결과 전 세계적으로 여름은 10년마다 평균 6일씩 증가했다. 도시별로는 토론토 8일 이상, 파리가 약 7일 증가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그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시드니의 경우 1960년대 약 65일에서 2010년대 125~130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실상 여름 길이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봄과 가을이 압축되거나 사라지는 '계절 붕괴' 현상이 함께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변화의 주요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지목하며 갑작스러운 계절 전환으로 여름처럼 더워지는 현상이 이어지면 폭염, 산불 위험, 건강 위험이 증가하고 도시 인프라와 에너지 수요도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1년의 3분의 1 이상이 여름 중심 기후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여름은 5월 말부터 시작돼 길이는 100년 전보다 20일 이상 늘어났다. 기상청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 여름이 평균 130일에 달한다고 밝혔다. 과거 30년과 비교하면 여름은 25일 더 증가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2100년 한반도 여름은 171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년의 절반 가까이가 여름이 된다는 뜻이다. 올해 역시 5~6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여름 더위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후위기가 지구시스템 전반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계절과 날씨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엘니뇨 확률 증가...기후 변동성 증폭

기후시스템 변화를 부르는 또 다른 축은 엘니뇨다. 기상학자들은 올 여름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해수 온도가 평소보다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으로 전 지구 날씨에 영향을 준다. 

가디언은 14일 올해 엘니뇨 발생 확률이 약 62%로 경우에 따라 매우 드문 '슈퍼 엘니뇨'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슈퍼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2도 이상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대기 순환이 크게 교란돼 전 세계적으로 가뭄, 홍수, 허리케인, 폭염과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구 평균 기온이 급상승해 역대 최고 기온이 기록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가 지구 대기와 해양 순환 구조 자체를 재편해 엘니뇨의 영향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뜻해진 바다가 더 많은 열을 방출하고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배출하면서 예상치 않은 기후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엘니뇨는 전 세계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기후재난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해 농업과 식수 공급이 붕괴 위기에 놓였고, 브라질 아마존과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 년 만의 극심한 물 부족이 나타났다. 비가 와야 할 시기에 강수가 줄어드는 계절 붕괴 현상이 겹치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증가했고, 같은 시기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인명 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엘니뇨는 단순히 강수량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별로 상반된 재난을 동시에 유발하는 기후 변동성 증폭 장치로 작용했다.

여기에 전 지구적 기온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폭염과 산불 위험도 함께 커졌다. 실제로 엘니뇨가 본격화된 시기는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와 겹쳤고, 가뭄과 고온이 맞물린 지역에서는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결국 최근 엘니뇨는 하나의 자연 현상을 넘어 가뭄과 홍수, 폭염과 산불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기후 재난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산불...자연 리듬 붕괴
야간기온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밤이 돼도 산불이 진정되지 않고 24시간 재난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위기의 극적인 변화는 산불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AP 통신 18일 보도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산불이 타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불길은 밤까지 이어지고 아침에는 더 일찍 시작된다. 

연구결과 기후위기로 더 덥고 건조한 조건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산불도 더 오래 지속된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올라가 불길이 약해졌지만, 지금은 야간기온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밤이 돼도 산불이 진정되지 않고 24시간 재난으로 변화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산불 위험 일수는 연간 44% 증가해 약 26일 늘었다. 산불에 유리한 기상 조건 시간도 약 50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약 550시간 증가하고 애리조나, 뉴멕시코 일부 지역에선 연간 최대 2000시간이 증가했다. 

하와이 마우이, 캐나다 앨버타, 로스앤젤레스 등 최근 발생한 산불의 피해가 커진 핵심 요인도 야간 확산으로 지목됐다. 이는 곧 자연이 갖고 있던 '회복 시간'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여름철 야간 최저기온이 약 1.4도 증가했으며 기온 상승으로 더 따뜻하고 건조해진 밤이 이어지면서 식물과 토양이 더 쉽게 마르고 이를 원료로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