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도 수학여행도 없다"…민원 공포에 위축된 학교

송성환 기자 2026. 4. 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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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고,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학창시절의 풍경입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선 이런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민원과 소송 부담 앞에 가장 기본적인 교육활동마저 위축되고 있는 건데요, 송성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빼곡히 붙은 포스터입니다.

다음 주 운동회가 열리는데, 미리 소음에 양해를 구한다며 학생들이 직접 그려 붙였습니다.

SNS에선 운동회 하루 소음에 미안해하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어른이 미안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논란에 학교는 지금까지 운동회로 인한 소음 민원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인근 주민들과의 소통 차원의 활동이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씁쓸한 반응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학교 운동장 소음 민원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건 모두 350건. 

다섯 건을 제외하곤 모두 실제 출동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외부 민원뿐만이 아닙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또 운동장 놀이에 끼지 못한 아이의 박탈감을 걱정하는 민원에, 점심시간 운동장 사용을 아예 막은 초등학교도 전국에 300여 곳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천하람 국회의원 / 개혁신당 (지난 13일)

"다친다는 민원이 한 종류가 있고, 또 한 가지는 소외감이나 뭐 약간 박탈감 같은 민원이 있어요.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 애는 축구하고 싶은데 좀 잘 못해서" 아니면 뭐 "6학년 형들만 축구한다 우리 애는 왜 못 하게 하냐" 뭐 되게 다양한 민원들이 있거든요."

인터뷰: 최교진 교육부 장관 (지난 13일)

"아예 학교에서 '운동장에서 하지 마' 하는 학교가 있다면 그게 단 하나의 학교라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신체 활동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교육과정까지 바꾸면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운동장 밖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숙박형 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전체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지난 2022년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사망 사고에 대해 2심에서도 주의의무 소홀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교사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인터뷰: 현경희 대변인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숙박형 체험학습 같은 경우에는 운동장에 내보내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들이 닥칠 수 있고 거기에 대한 부담감들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학교 운동장을 넘어서는 불안과 부담이 작용을 하게 되는 거죠."

민원과 소송의 부담에 아이들의 정당한 교육권마저 점점 설자리가 잃어가는 상황.

교육계에선 분쟁 책임을 국가가 대신 지고, 교육활동의 영역을 명확히 보장하는 제도적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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