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정치 참여, 중요한 건 '교회가 누구를 위해 말하고 있느냐'는 것"

엄태빈 2026. 4. 2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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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교회와 공공선 컨퍼런스
"정교분리, 교회 침묵시키려는 장치 아니라 신앙의자유 더 잘 보장하려는 장치"
"한국교회, 국가와 거리 유지하면서 약자 위해 말할 수 있는 용기 필요"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종교 단체의 조직적 정치 개입을 막겠다며 발의된 민법 개정안('정교유착방지법)을 두고, 보수 교계는 '기독교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천지·통일교를 비롯한 종교 세력이 교인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보수 교계는 '교회폐쇄법' 또는 '교회해산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법 제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교분리 원칙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도시공동체연구소·공적신학과교회연구소·광진포럼이 4월 21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제6회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CCG·Church for the Common Good conference)를 열고, 교회가 정치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고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지를 논의했다.
4월 21일 열린 제6회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에서는 정교 유착과 신앙인의 정당한 정치 참여를 구분하는 기준이 논의됐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동대학교 법학부 이국운 교수는 정교분리 원칙이 프로테스탄트 헌정주의의 산물이라고 했다. 신앙의자유·양심의자유로부터 시작해 국교 설립 금지, 그리고 정교분리 원칙을 세우는 흐름이 1789년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거쳐 대한민국 헌법 제20조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제헌 헌법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고 규정했다. 

1962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주도한 제5차 개헌에서 '신앙과 양심의 자유'가 '종교의자유'로 바뀌었고, '양심의자유'가 별도 조문으로 분리됐으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로 변경됐다. 이국운 교수는 "군사정권은 본질상 세속주의적이었으며, 신자 개개인의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보다는 종교 단체의 집단적·조직적 협력을 확보하려 했다. 조문을 바꿔 국가가 종교 단체를 통제하거나 협력을 끌어내는 재량권을 넓힌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1987년 현행 헌법 개정 당시 '국교는 인정하지 아니하며'를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로 바꿔, 세속적 국가주의가 국교를 불인정하는 분위기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정교분리 해석의 무게중심을 '정치로부터 종교의 분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종교 단체라 해도, 법과 군대와 경찰을 손에 쥔 국가 앞에서는 근본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교분리 원칙은 국가를 종교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신앙과 양심을 국가 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국운 교수는 정교분리 원칙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 박성철 소장은 한국교회가 정교분리를 왜곡해 왔다고 했다.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교회들은 정죄를 당한 반면 공권력에 복종하는 교회들은 정당화됐다면서 "정교분리를 앞세우며 군사독재와 결탁해 이권을 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현상이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근본주의 성향의 대형 교회들은 전광훈이나 손현보 등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스피커로 앞세웠고 그들에게 경제적·인적 지원을 했다. 극우 세력이 기독교를 과잉 대표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 주체인 기독교 극우 세력을 직접 비판하지 않았고 외면했다"고 말했다.

박성철 소장은 법만으로는 정교분리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칼 바르트는 교회가 정치적 인간을 정치적 영역에 제공해야 하며, 그 정치적 인간은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정치적 영역에 뛰어드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한 방향과 선을 제시하는 것이 교회와 신학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신학계에는 이러한 교육이 부재하다. 오늘날 진짜 문제는 논의 과정의 어려움이 아니라, 이런 논의의 필요성조차 귀를 막고 외면하는 근본주의 교회의 닫힌 인식이다. 한국교회는 영향력 있는 교회 지도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절대화하거나, 특정 교회 세력의 이익 관계에 따라 정치 참여를 왜곡하는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철 소장은 한국교회가 정치 참여를 왜곡하는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은 정교분리가 교회를 공적 공간에서 침묵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고 했다. "교회가 권력과 부적절하게 결합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오히려 더 자유롭고 책임 있게 공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로 이해해야 한다. 교회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이다. 교회는 공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은 권력과 결탁하거나 이권을 챙기려는 진영 논리의 확대가 아니라, 공동선과 정의, 약자의 보호, 사회적 책임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석환 소장은 한국교회가 민법 개정안 등 교회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처럼 보이는 법안을 반대할지 지지할지만을 놓고 논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성 소장은 "사회는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만 묻지 않는다. 교회가 누구를 위해 말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지, 그 말과 행동이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를 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별이다. 국가와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위해 말할 수 있는 용기, 진영의 이해를 넘어 공동선을 말할 수 있는 지혜, 권력에 기대지 않고 하나님나라를 증언할 수 있는 신학적 중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태빈 scent00@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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