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하고 기억도 한다…DNA로 만든 '분자 컴퓨터'

임정우 기자 2026. 4. 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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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트랜지스터의 기능이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작은 DNA 분자로 구현됐다.

KAIST는 최영재 공학생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DNA 기반 바이오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계산과 정보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분자 회로를 구현했다고 22일 밝혔다.

반도체에서 트랜지스터가 전기 신호를 받아 계산하는 것처럼 DNA 분자가 화학 신호를 받아 계산하고 결과까지 기억하는 '바이오 트랜지스터'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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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진, 2나노 반도체보다 작은 회로 구현
왼쪽부터 최영재 KAIST 교수, 김우진 GIST 석박통합과정생, 김태훈 KAIST 연구원, 정상은 연구원, 김시온 연구원, 심준호 GIST 석사과정생. KAIST 제공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트랜지스터의 기능이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작은 DNA 분자로 구현됐다. 

KAIST는 최영재 공학생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DNA 기반 바이오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계산과 정보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분자 회로를 구현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최근 반도체 공정은 2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수준에 도달하면서 더 작게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리콘 대신 분자 수준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이 주목받는다.

DNA는 특정 염기끼리만 짝을 이뤄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원하는 반응만 정확하게 일어나도록 설계할 수 있고 염기 사이 간격이 0.34nm에 불과해 현재 반도체보다 훨씬 작은 단위에서 정보를 다룰 수 있다.

문제는 기존 DNA 회로가 일회용이라는 점이다. DNA 분자가 한 번 반응하면 소모돼 버려 연속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거나 앞서 들어온 신호를 기억해 다음 계산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암 관련 물질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정도의 간단한 기능에만 머물러 있던 이유다.

연구팀은 DNA 분자가 들어오는 신호에 따라 서로 붙거나 떨어지면서 늘어선 순서가 바뀌고 바뀐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도록 만들었다. 달라진 분자 배치 자체가 정보를 담아두는 구실을 하면서 다음 계산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매번 처음 상태로 되돌릴 필요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 처리할 수 있다.

반도체에서 트랜지스터가 전기 신호를 받아 계산하는 것처럼 DNA 분자가 화학 신호를 받아 계산하고 결과까지 기억하는 '바이오 트랜지스터'를 만든 셈이다.

이번 성과는 DNA를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지능형 분자 시스템'의 기본 부품으로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몸속에서 특정 질병 신호를 감지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분자 수준의 진단 장치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최영재 교수는 "DNA를 활용한 분자 컴퓨터 구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라며 "바이오 컴퓨팅과 의료 기술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doi: 10.1126/sciadv.aeb1699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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