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숨통 끊는다"…美 초강수에 삼성·하이닉스 '촉각' [이슈+]
동맹국 240일 내 미국 수준 수출통제 맞춰야
삼성 시안, SK하닉 우시·다롄 예외 가능성
연간 승인 체계 강화 우려…불확실성 여전

미국 의회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겨냥한 고강도 수출통제 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를 동맹국까지 확대 적용해 중국의 우회 조달 통로를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터라 국내 업계도 법안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맹국 240일 기한…ASML DUV 겨냥 '초크포인트' 열거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현지시간 22일 매치법(MATCH Act·다자간 하드웨어 기술통제 정렬법)을 포함한 인공지능(AI)·반도체·수출통제 관련 법안 다수를 묶어 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상원에서도 이달 8일 같은 이름의 매치법이 발의돼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를 동맹국까지 넓혀 중국의 우회 확보 길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에도 같은 수준의 대중 수출통제를 요구하고, 240일 안에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규제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광장비 관련 조항이다. 법안은 특정 기업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정전척, 심자외선(DUV) 광원, 일부 RF 발전기, 광학부품, 레이저 등을 '초크포인트' 장비 예시로 열거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네덜란드 ASML의 DUV 액침 노광장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초기안에서 폭넓게 거론됐던 극저온 식각 장비는 지난 20일 수정되면서 최소 포함 품목에선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법 시행 후 90일 안에 정부가 초크포인트 장비 범위를 다시 검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램리서치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만드는 해당 장비에 대해 즉시 국가 단위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은 일단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장비를 중국 공장에서 계속 쓰기 위한 수리·점검·부품 교체 같은 사후 지원까지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이런 지원에는 여전히 허가가 필요할 수 있다.
중국 업체엔 악재지만…삼성·하이닉스 '변수'

겉으로 보면 매치법이 창신메모리(CXMT)·양쯔메모리(YMTC)·중신궈지(SMIC) 등 중국 메모리·파운드리 업체의 장비 접근성을 낮춰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창신메모리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기준 5%로, 아직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심의 시장 구도를 뒤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생산거점을 여전히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인 시안 공장에서 낸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236단 8세대 V낸드 양산 전환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우시는 회사의 주요 D램 생산거점으로, 다롄은 인텔 낸드 사업 인수 이후 SK하이닉스의 핵심 낸드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다만 법안에는 한국 기업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담겼다. 대체수정안 정의 조항(SEC.6)에 따르면 법 시행일 현재 이미 존재하고, 우려국 밖에 본사와 최종 모회사를 둔 기업이 계속 소유·운영하는 시설은 '핵심 반도체 제조시설' 정의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은 이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작년 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 체계를 연간 승인 방식으로 바꿨다. 이는 매년 재검토되는 조건부 형식이다. 매치법이 실제 법으로 확정되면, 이 연간 승인 체계 역시 더 강화된 규제 기준에 따라 다시 들여다봐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 미국의 과거 대중 수출통제 전례를 감안하면 한국 기업에 대한 직접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규제의 초점은 중국 내 중국 기업의 반도체 공장에 맞춰져 있다"며 "이 범위를 중국에 있는 모든 공장으로까지 넓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할 때마다 중국 국적이 아닌 기업들에게는 운영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주면서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취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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