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있으면 집 상하니까 세 안줄래” 전세난에 ‘슈퍼갑’ 된 집주인 [부동산360]

김희량 2026. 4. 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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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물은 1인 가구나 40대 신혼부부 등은 받지 않겠다고 집주인이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수리된 매물이니 집주인이 집을 깨끗하게 쓸 사람을 가려서 받으려 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요즘 매물 자체가 귀하다 보니 이런 임대인의 조건도 이해는 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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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1년 전 절반 수준
집주인 월세 올리고 세입자도 가려 받아
매매 위해 ‘자녀가 산다’ 속여 세입자 내쫓기도
서울에서 전·월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거나, 세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 등이 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도심 내 부동산에서 한 시민이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 서울 노원구의 한 소형 아파트 전세 매물은 ‘1990년 이후 태어난 30대 초반 신혼부부’ 임차인만 계약할 수 있다. 이 매물은 1인 가구나 40대 신혼부부 등은 받지 않겠다고 집주인이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수리된 매물이니 집주인이 집을 깨끗하게 쓸 사람을 가려서 받으려 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요즘 매물 자체가 귀하다 보니 이런 임대인의 조건도 이해는 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월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집주인의 거래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 뿐 아니라,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거나 기존 세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 등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건이 달린 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네이버부동산]

22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316건으로 1년 전(2만7499건) 대비 44% 가까이 감소했다. 월세 매물도 1만9753건에서 1만4841건으로 감소해, 임차인 입장에서는 체감 주거비 부담이 더 높은 월세마저 귀해졌다.

실제 KB부동산의 올해 3월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2.41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 매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한다는 ‘노룩(no look) 계약’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소형 아파트 월세 계약에 나선 A씨는 가계약금 입금 직전 집주인이 “월세 5만원을 올려달라”고 하면서 계약이 불발됐다.

[챗GPT 생성 이미지]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선 전세가격 상승과 동시에 매매가격도 상승하면서, 집을 팔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일도 나타난다. 토지거래허가제도로 인해 ‘세 낀 매물’은 다주택자만 팔 수 있는 데다가, 거래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한 집주인은 갱신권이 남은 세입자에게 ‘자녀가 들어와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집값이 오르자 공실로 비워뒀다가 팔기 위해서 거짓말 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월간 전세수급지수. [KB부동산 제공]

20년 가까이 한 서울 노원구에서 영업해 온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5살짜리 어린 아이가 있는 분이 계약을 하고 싶다고 하자 ‘아이가 있으면 집이 상한다’며 안 받겠다는 집주인이 있었다”면서 “신신당부를 하고 결국은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세 낀 매물 거래가 줄며 세입자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의 ‘배짱호가’와 더불어 전세가가 전고점을 돌파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임대인 우위가 심화하며 보유세 등 내야할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하려는 모습도 확대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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