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보다 텀블러 지름" 틱톡은 어떻게 시청자 지갑을 열었나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4. 22. 10:01

한때 쇼핑은 목적형 행위였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가격을 비교한 뒤 구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숏폼 플랫폼 틱톡이 이 오래된 공식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틱톡에서는 더 이상 물건을 '찾지' 않는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발견하고, 곧바로 구매로 이어진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와 이마케터(eMarketer) 등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내 틱톡 쇼핑 이용자는 약 7140만명으로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용자의 약 45%가 실제로 틱톡 내에서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거래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커머스 물류업체 레드 스태그 풀필먼트(Red Stag Fulfillment)에 따르면 틱톡 쇼핑의 글로벌 거래액(GMV)은 2024년 약 332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성장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틱톡 쇼핑 GMV가 2021년 약 10억달러 수준에서 2024년 30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더 이상 틱톡을 단순한 숏폼 콘텐츠 플랫폼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이유다.
틱톡 커머스는 콘텐츠 기반형 소비를 기술적으로 구현한 구조다. 이용자가 명확한 구매 의도를 갖고 유입되는 기존 이커머스와 달리, 틱톡은 콘텐츠 소비 흐름 자체에 상품을 끼워 넣는다. 짧은 영상 속에서 제품은 하나의 서사 요소로 기능하고, 시청자는 별도의 검색 과정 없이 화면 안에서 곧바로 구매 단계로 이동한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콘텐츠와 거래 사이의 단계를 사실상 압축시킨다.

이 구조는 전통적인 광고 모델의 한계를 파고든 결과이기도 하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오랫동안 '노출-클릭-구매'로 이어지는 전환 구조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광고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클릭률과 전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광고만으로 수익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틱톡은 이 문제를 콘텐츠 자체로 해결했다. 광고를 별도로 삽입하는 대신, 콘텐츠 안에 상품을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방식이다. 크리에이터는 제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용자는 이를 광고가 아니라 '재미있는 영상'으로 소비한다. 그 결과 콘텐츠는 단순한 주목을 넘어 실제 매출로 연결된다. 콘텐츠가 곧 판매 인터페이스가 되는 구조다.
미국 뷰티 브랜드 e.l.f. Cosmetics의 '파워 그립 프라이머'는 틱톡에서 사용 후기를 담은 짧은 영상이 퍼지며 하나의 밈처럼 소비됐고, 일부 매장에서 품절 현상이 이어질 정도로 판매가 급증했다. 또 CeraVe는 피부과 전문의와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통해 신뢰 기반의 바이럴을 형성하며 글로벌 판매가 크게 늘었다.
텀블러 브랜드 Stanley는 틱톡에서 '하루에 물 얼마나 마시나' 같은 루틴 콘텐츠와 어우러지며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냈고, 특정 색상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는 등 대표적인 틱톡발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TikTokMadeMeBuyIt'이라는 해시태그는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용자 스스로 "틱톡 때문에 샀다"고 공유하는 이 밈은 콘텐츠가 곧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같은 흐름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콘텐츠가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될 경우, 이용자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콘텐츠와 광고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신뢰도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모든 영상이 광고처럼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콘텐츠의 본질인 재미가 훼손될 경우, 현재의 성장 구조 역시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틱톡이 보여준 변화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에 가깝다. 플랫폼은 더 이상 이용자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시간을 어떻게 매출로 전환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됐다. 틱톡이 이 문제를 콘텐츠를 통해 해결하기 시작한 가운데, 콘텐츠와 커머스의 조합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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