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배우 연구소] 명품 조연에서 글로벌 주연으로…염혜란의 평범함 속 비범함
글로벌 인기를 얻으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배우들.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하는 'K 배우 연구소'에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확신의 대세 배우' 염혜란을 파헤쳐봤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내 이름은'에서 염혜란은 어린 시절 기억을 잃고 아들을 키우는 '정순' 역을 맡았다.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을 울린 그는 "실제 사건을 다루기에 접근이 조심스러웠지만 시나리오가 문학적으로 매우 매력적이었다. 78주기를 맞은 이 사건을 현재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는 지점이 좋았다. '정순'이라는 캐릭터 역시 전형적이지 않아 끌렸다"고 밝혔다.
영화는 개봉 첫날에만 1만 7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물론 공식 초청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세계 영화인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서 개봉한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는 완벽주의 공무원 '국희'로 변신해 플라멩코를 통해 해방감을 찾는 과정을 그려냈다.
염혜란은 "평소 춤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영화들을 즐겨봤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큰 위로를 전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염혜란은 자신의 장점을 '평범함'으로 꼽는다.
그는 "저는 가장 일반 관객과 비슷한 인물인 것 같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캐릭터라 관객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강점은 영화 '시민덕희'의 조선족 노동자, '소년들'의 현실적인 아내 역할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소년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는 "염혜란 배우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부부가 됐다. 생활 연기에서 제가 흡수될 정도로 대단한 배우다"라고 극찬했다.
염혜란의 진가는 장르물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그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대표작 '더 글로리'에서는 주인공 '문동은'의 조력자 '강현남' 역을 맡아 두려움과 분노, 모성과 생존 본능이 뒤엉킨 인물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김은숙 작가는 "제 마음속 첫 번째 캐스팅이었다. 검색창에 염혜란 배우 스케줄을 계속 검색하고 차기작 소식이 뜨면 속상해했다"며 "'현남' 대사 중에 '매를 맞지만 명랑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게 '현남'을 표현하는 한 줄이었다. 그래서 모든 신에서 그런 이면이 공존하기를 바라며 대본을 썼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웹툰 원작 드라마 '마스크걸'에서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인생을 건 '김경자'로 완벽 변신해 소름 돋는 연기 열전을 펼쳤다.
김용훈 감독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배우다. 아들을 잃은 뒤 건조하고 서슴지 않는 인물을 잘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도 이름을 올렸다.
실업자 남편을 둔 자유분방한 인물 '아라' 역을 맡은 염혜란은 "지금껏 연기해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였다. 본능에 충실한 느낌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다. 영화 중반부에 이 부부를 보는 재미가 엄청날 것이라고 장담한다"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명실상부 글로벌 배우로 우뚠 선 염혜란. 그가 또 어떤 새로운 얼굴로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