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방송인 “못난 멜로니, 트럼프 배신”… 분노한 이탈리아
미국·이탈리아 분열 노린 심리전 가능성
러시아의 대표적인 친(親)정부 어용 방송인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가 양국 간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자국에 적대적인 서방 국가들을 서로 떼어 놓고 분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려는 목적에서 이간질을 시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유명 방송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62)의 거친 입에서 비롯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솔로비요프는 프로그램 진행 도중 멜로니를 겨냥해 이탈리아어로 “인류의 망신거리” “사나운 짐승” “누구나 인정하는 바보” “못생긴 작은 여자” 등 폭언을 퍼부었다. 이어 러시아어로 “멜로니는 유권자를 배신한 파시스트 괴물”이라며 “그녀는 심지어 트럼프까지 배신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를 배신했다’라는 말은 앞서 교황 레오 14세를 향해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는 형편없다”고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멜로니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일침을 가한 일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지도자들 가운데 트럼프와 가장 잘 통한다는 평가를 받아 온 멜로니의 트럼프 비판을 두고 국제사회는 “매우 이례적”이란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2월28일 미국이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 공격에 나선 이후 서방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났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이 시급하다”며 유럽 동맹국들의 도움을 요청했으나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냉담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욱이 최고의 우방으로 여긴 이탈리아마저 “교황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에 등을 돌리자 트럼프는 강한 분노과 더불어 배신감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멜로니에게 충격을 받았다”며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다. 내 생각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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