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도 "담타 갖자" 3만명 우르르...가짜 흡연실 인기, 왜?

오후 2시 17분. 서울의 한 IT 기업 7층 사무실. 스물다섯 살 기획자 이모 씨는 모니터 앞에서 슬그머니 새 탭을 열었다. 접속한 사이트 화면 한가운데에는 담배 한 개비가 놓여 있었다. 그는 마우스로 필터 부분을 천천히 클릭했다. 담배 끝에 불이 붙었다. 담뱃재가 조금씩 쌓였다. 그가 실제로 담배를 피운 건 아니다. 그는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그런데도 3분 동안 그 화면 앞을 떠나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엔 웃겨서 들어갔는데, 채팅창 보다 보니까 계속 있게 되더라고요. '저도 팀장 때문에 죽겠어요'라고 누가 쳤는데, 그냥 제 얘기 같았어요."
이씨가 접속한 곳은 '온라인 담타(damta.world)'다. 비흡연자를 위한 가상 흡연실 소셜 커뮤니티. 하루 누적 접속자가 약 3만명에 달하는 이 사이트의 기능은 딱 두 가지다. 가상 담배를 태우는 시뮬레이션, 그리고 익명 실시간 채팅. 회원가입도 없고 로그인도 없다. 접속하면 자동으로 닉네임이 붙고, 담배에 불이 붙는다.
"진짜 회사 그만두고 싶다." 옆에서 익명의 누군가가 말한다. "저도요." 그리고 담배 한 개비가 다 탄다. 3분이 지났다. 각자의 모니터 앞으로 돌아간다.

비흡연자들은 "나는 일하는데 왜 흡연을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자리를 비우는가"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반대로 흡연자들은 "잠깐의 휴식 시간일 뿐 오히려 업무 능률이 오른다"며 반박한다. 이 논쟁은 수년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반복되는 단골 주제였다.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응수했다. 담배를 아예 온라인으로 만들어버린 것. '온라인 담타' 개발자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을 통해 "담타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합법적인 쉬는 시간처럼 느껴져 부러웠다면 이제 온라인 담타를 즐겨보라. 건강에도 해롭지 않다"며 사이트를 공개했다.
사이트 화면 중앙에는 실시간으로 타고 있는 담배 이미지가 표시되며, 화면을 터치하면 가상 담배를 태울 수 있다. 테마별 흡연실도 있다. 대학교 앞, 야구장, 회사 옥상, 지구 밖, 침묵의 방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업무 모드와 비업무 모드 사이에 작은 의식이 필요하다. 흡연자에게 그 의식은 물리적으로 명확하다. 자리를 이탈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야외 공기를 마시고, 담배 연기를 내뿜고, 돌아온다. 시작과 끝이 있는 '의례'다.
비흡연자에게는 그 의례가 없다.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도 있지만, 흡연처럼 '공식적으로 허용된 이탈'의 느낌은 아니다. 온라인 담타는 그 빈 자리를 채웠다. 3분간 화면 속 담배를 태우는 행위는 실제 흡연의 건강 피해 없이, 흡연이 제공하던 심리적 기능을 모방한다.

'거지맵'은 1000원부터 9000원대까지 초저가 식당 정보를 지도 형태로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름부터 거침없다. '거지'라는 단어를 자조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을 공동의 언어로 삼는다. 서울을 넘어 부산·대구·경북·전라·충청권 등 전국 각지로 정보가 공유되면서 이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들 세 가지 서비스의 공통점은 일단 무겁지 않고 가볍다는 점이다. 회원 가입 절차가 없거나 최소화돼 있고, 앱 설치가 필요 없으며 돈도 들지 않는다. 기능이 단순하고, 목적이 명확하다. 무엇보다 혼자 하지 않는다. '초경량 공감 커뮤니티'다.
과거 세대의 '절약' 문화와는 다르다. 과거의 절약은 조용히, 홀로, 부끄럽게 이뤄졌다. 지금의 절약은 공개적이고, 유머러스하며, 함께한다. '거지맵'이라는 이름 자체가 절약을 수치심 대신 자조적 유머로, 고립 대신 연대로 전환한다. MZ세대가 고물가 시대를 버티는 방식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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