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가정폭력 시달린 상처 딛고… 자립준비청년 삶의 멘토로[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그때 도와준 어른 있었으면?’
스스로 질문하며 나눔 결심
자비로 부담하며 멘토 전념
아동 장학재단 설립이 목표

이지은(여·43)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했던 삼성보육원에서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당시 선생님을 꿈꾸던 그는 팔과 다리가 없는 아이를 안아 분유를 먹이며 처음으로 ‘누군가를 돕는 사람’을 꿈꾸게 됐다고 한다. 품에 안은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후 그는 자립준비청년 중 학대 피해 트라우마가 있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립준비청년의 버팀목이 되기로 결심했다. 사실 그도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이었다. 4살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폭력은 그와 그의 동생을 괴롭혔고, 그의 동생은 지금까지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씨는 2년간의 상담을 받고 회복 과정을 거치며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그때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은 결국 ‘나눔’을 결심하게 만든 출발점이 됐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JS컨설팅연구소를 운영하며 자립준비청년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했다. 이 씨는 2022년부터 자립준비청년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별도의 활동비 없이, 식비까지 스스로 부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멘토링을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어른’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전북 전주의 ‘청년이음전주’에서 매주 고민상담주간을 진행하며 자립준비청년을 비롯한 취업 준비생과 고민을 나누고 있다. 대화와 상담을 통해 취업 준비뿐 아니라 ‘인생의 멘토’가 되기로 한 것이다. 분노를 느낄 땐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메모지에 쓰며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 10가지’를 쓰며 인생의 로드맵을 함께 만들기도 한다. 이 씨는 그렇게 올곧게 성장한 청년들이 또 다른 자립준비청년의 멘토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한다.
수많은 청년의 어려움을 보듬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씨는 처음 만났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감도 없었던 한 자립준비청년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 청년은 지금까지 한 게 없다며 자기소개서 작성조차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함께 강점을 찾고 경험을 정리해 나가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적기 시작했고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무조건 “안 돼요”라고 말하던 청년은 어느 순간 “해볼게요”라고 답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 청년은 원하는 분야에 취업해 2년째 근무 중이다.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는 순간이 그가 나눔의 의미를 가장 실감하는 때다.

이 씨의 최종 목표는 취약계층 아동을 지원하는 장학재단을 설립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4년간의 자립준비청년 멘토 활동을 떠올렸을 때, 청년들이 도전하거나 실패한 경험이 부족해 시작부터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그에게 나눔은 ‘내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관심과 손길이 다시 살아갈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이 씨는 특히 상처를 경험한 아이들에게 나눔은 물질적인 지원을 넘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을 주는 과정이라고 확신한다.
이 씨는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한 아이의 곁에서 ‘편’이 되어주는 어른으로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가장 의미 있는 나눔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결과보다는 과정을 응원하고, 실패해도 다시 용기 내 도전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아이들은 두려움보다 용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아이들에게 ‘내 편’이 되어주는 어른이 곁에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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