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티빙·축구는 쿠팡… 해외중계까지 보면 月 3만원 훌쩍

주중 KBS 1라디오 ‘스포츠 스포츠’를 진행하는 한상헌 아나운서는 매일 국내외 스포츠 소식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방송을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데 국내 경기만 봐서 될 일이 아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물론이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농구(NBA), 유럽축구 소식까지 두루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 아나운서의 고민이 깊다. 한 아나운서의 매일 아침은 어떤 경기를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오늘은 어느 앱을 열어야 하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만 해도 스포츠 시청은 손안에서 완성될 것처럼 보였다. 원하는 경기를 언제든 쉽게 볼 수 있는 시대.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포츠 팬들에게 더 자유롭고 가벼운 시청 환경을 약속하는 기술처럼 여겨졌다. 처음에는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는 듯했다. 각종 스포츠 실시간 중계 서비스는 다양해졌고, 각자 취향에 맞게 골라 보는 길도 넓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시청 환경은 편리함보다 피로감을 더 안기기 시작했다. 서비스는 많아졌고, 구독은 더 잘게 쪼개졌으며 비용 부담은 커졌다. 가격이 낮은 요금제를 택하면 광고까지 감수해야 해 팬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변화는 현장에서 스포츠 소식을 전해야 하는 한 아나운서만의 고민이 아니다. 국내 스포츠 팬들이 체감하는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야구를 보려면 티빙 앱을 열어야 하고, K리그나 프리미어리그를 챙기려면 쿠팡플레이로 가야 한다. MLB까지 따라가려면 SPOTV 채널을 보거나, SPOTV가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기술은 더 편해졌지만, 스포츠를 보는 일은 오히려 더 많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KBO리그는 티빙 광고형 스탠다드 월 5500원으로 볼 수 있고, K리그는 월 7890원의 와우 멤버십만으로 쿠팡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하다. 그러나 EPL과 분데스리가, 라리가, 리그1 등 유럽축구를 보려면 쿠팡플레이 스포츠 패스에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스포츠 패스는 와우회원 기준 월 9900원, 일반 회원 기준 월 1만6600원이다. MLB와 NBA를 중계하는 SPOTV NOW도 베이직 월 9900원, 프리미엄 월 1만9900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프로스포츠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어떨까. 한국이 이미 종목별 분절을 체감하는 단계라면, 미국은 그보다 한층 더 복잡한 시장이다. MLB의 뉴욕 양키스 팬의 시청 동선은 훨씬 더 복잡하다. 뉴욕 지역 팬들은 지역 중계 앱인 고담 스포츠 앱,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넷플릭스 등을 오가야 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최근 “양키스 팬이 시즌 전체를 빠짐없이 보려면 약 800달러(약 117만 원) 안팎이 들 수 있다”고 전했다.
MLB는 손안의 앱뿐 아니라, 전국 TV·모바일 중계 구조도 복잡하게 짜여 있다. MLB 사무국의 2026시즌 개막 발표에 따르면 현지시간 기준 화요일 경기는 TBS, 금요일 경기는 애플TV의 ‘프라이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토요일 경기는 폭스와 폭스스포츠1(FS1), 일요일 밤 경기는 NBC와 피콕이 맡는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2026년부터 오프닝 나이트 경기와 홈런 더비, ‘MLB 앳 필드 오브 드림스’ 같은 특별 이벤트를 중계한다. MLB는 2025년 11월 NBC유니버설과의 새 중계권 계약을 발표하면서, 지난 35년 동안 ESPN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을 NBC와 피콕으로 옮겼다. 이름은 남아 있지만, 팬이 찾아가야 할 플랫폼은 예전과 전혀 달라진 셈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미국프로풋볼(NFL)도 사정은 비슷하다. NFL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일요일 오후는 CBS와 폭스, 일요일 밤은 NBC, 월요일 밤은 ESPN·ABC, 목요일 밤과 블랙프라이데이 경기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일부 국제전과 특정 경기는 NFL 네트워크, 일부 특별 경기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까지 나뉜다. 같은 리그를 따라가는 데도 경기 날짜와 시간에 따라 방송사가 달라지고, 기기에 따라 접근 방식까지 달라지는 구조다.
스포츠팬들의 심리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AP통신과 미국 시카고대 연계 여론조사기관 NORC의 조사에 따르면, 스포츠 팬의 약 60%는 지난 1년 동안 특정 스포츠 시즌이나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보고 싶은 내용을 다 본 뒤 서비스를 해지한 적이 있다고 했고, 비밀번호를 공유했거나 공유받았다는 응답도 절반에 가까웠다. 보고 싶은 기간에만 가입했다가 끊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시청의 피로감이 커지고 가입과 해지가 반복되자, 플랫폼 사업자들도 복잡함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 DirecTV는 ESPN, 폭스스포츠, TNT스포츠 등을 묶은 스포츠 전용 번들을 내놨다. 출시 초기 할인 요금은 월 49.99달러(7만3577원)였고, 이후 월 요금은 69.99달러(10만3014원)다. 너무 잘게 쪼개다 보니, 다시 묶어야 팔리는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아직 미국 DirecTV처럼 스포츠만 따로 묶은 전용 번들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결합 실험이 이미 시작됐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5년 6월 업계 최초의 통합 요금제인 ‘더블 이용권’을 내놨고, 같은 해 11월에는 디즈니+까지 더한 3자 번들까지 출시했다. 다만 스포츠 분야는 한데 묶기보다 플랫폼 안에서 다시 나눠 파는 구조가 먼저 자리 잡는 모습이다.
지금 스포츠 중계 시장은 기술의 발달로 팬이 더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지만, 시장은 그 편리함을 다시 잘게 나눠 팔고 있다. 한국 팬은 물론, 미국 팬들도 점점 더 복잡한 미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스포츠 스트리밍 환경을 두고 “비싸고 복잡한 미로”라고 꼬집었다. 손안의 시대는 분명 왔지만, 스포츠 팬들은 이제 더 많은 앱과 더 많은 결제를 거쳐 조각난 편리함을 하나씩 따로 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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