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22> 멈춰 선 이란 화물선, 역전된 戰場…3개 항모가 만든 호르무즈 역봉쇄

배가 멈춘 순간, ‘현존 위협(TIB·Threat in Being)’의 주체가 바뀌었다.
전쟁은 언제 시작되는가. 미사일이 발사될 때인가, 항공기가 폭격을 시작할 때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21세기 해양전은 다르다. 전쟁은 포탄이 떨어질 때가 아니라 배가 멈춰 설 때 시작된다.
2026년 4월 19일 미 해군은 오만만에서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MV Touska)호를 정지시키고 통제권을 확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우리는 그 선박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진다(We have full custody of the ship)”라고 선언했다. 미국이 더 이상 해협 봉쇄를 경고하는 단계가 아니라 실제로 이란의 해상 흐름을 멈춰세우는 단계에 들어갔음을 의미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화물선 나포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 구조가 바뀌었다는 결정적 신호다. 지금까지 세계는 “이란이 호르무즈를 봉쇄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러나 이제 그 질문은 달라졌다. “미국이 이미 이란을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거 이란은 해협을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세계를 흔들었다. 실제 봉쇄가 없어도 유가와 보험료는 즉시 반응했다. 존재 자체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위협, 그것이 기존의 TIB였다. 그러나 투스카호 나포 이후 그 구조는 뒤집혔다. 이제 트럼프는 항모강습단(CSG)과 상륙강습단(ARG)을 통해 “이란으로 드나드는 모든 선박은 언제든 정지·나포될 수 있다”는 현실을 만들었다. 이것이 새로운 TIB다.
중요한 것은 함포를 쏜 구축함(DDG-111) 한 척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전역 통제 구조였다. 아직 완전히 도착하지 않은 전력조차 이미 상대의 계산 속에 들어간다. 이것이 ‘능동적 함대전략((Active Fleet in Being· AFIB)’의 본질이다. 항모는 도착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도착 전에 이미 상대의 선택지를 줄인다.
투스카호 나포는 단순한 차단이 아니라 해협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배가 멈춰 선 순간 이미 질서의 방향은 바뀌고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번 충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공습도 아니고, 협상 결렬도 아니며, 이란의 해협봉쇄 선언조차 아니다. 진짜 전환점은 단 하나, 투스카호가 멈춰 선 순간이다. 이 사건이 결정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이란은 오랫동안 “호르무즈를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세계를 압박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이란을 실제로 멈춰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위협이 아니라 집행이었고,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었다.
투스카호는 중국 타이창(太倉)과 말레이시아 클랑항을 거쳐 이란 반다르 압바스로 향하던 대형 화물선이었다. 미국은 이 선박이 전략물자와 군민 겸용 장비를 운반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단순한 상선이 아니라 제재 회피와 군사적 보급망의 일부로 보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차단 위치였다.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내부가 아니라 오만만에서 멈춰 섰다. 이는 미국이 단순히 해협 통과를 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란 항만 접근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 해협의 입구가 아니라 출입 자체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전은 정교했다. 미 해군은 약 6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정선 명령을 내렸다. 이는 국제법적 정당성과 군사적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다. 선박이 이를 거부하자 상황은 즉시 전환되었다. DDG-111은 최종 경고 후 함포로 기관실을 직접 타격했다.
여기서 핵심은 격침이 아니라 정지였다. 미국의 목표는 배를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추진력을 제거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격침은 전쟁을 확대하지만, 정지는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중부사령부가 이를 “의도적이고, 전문적이며, 비례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제31상륙강습단 소속 미 해병대가 헬기로 접근해 로프 강하 방식으로 강제 승선했고, 선박의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이것은 단순한 방문·승선·수색·압류작전(VBSS)을 넘어 사실상 해상 강제 점령이었다.
이란은 즉시 이를 “무장 해적 행위이자 휴전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바로 그 강한 반응이 이 사건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란이 분노한 이유는 단순히 선박 한 척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더 이상 자신들이 해협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거 이란의 힘은 가능성에 있었다. 실제로 해협을 닫지 않아도, 닫을 수 있다는 존재 자체가 세계를 흔들었다. 그것이 기존의 TIB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다. 미국은 실제로 선박을 멈춰세웠고, 이란은 그것을 막지 못했다. 이제 핵심은 “이란이 호르무즈를 닫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트럼프가 언제까지 이란을 가둘 수 있는가”이다. 질문의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한 물류 손실이 아니라 시간 압박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원유는 저장 공간이 한정돼 있고, 수출이 막히면 생산은 압박을 받는다. 군수물자는 들어오지 못하고, 외화는 줄어들며, 내부 경제는 빠르게 경색된다.
해상 봉쇄는 군사작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시간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투스카호 나포는 단순한 선박 차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란의 전략적 호흡을 끊고, 해협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바로 그 순간부터 TIB의 소유권은 이란에서 트럼프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항모가 이미 전장에 있는 이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조지 부시 항모강습단은 아직 완전히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이미 3개 항모강습단이라고 말하는가?” 이 질문은 자연스럽다. 눈에 보이는 전력만을 전력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의문이다. 그러나 현대 해양전에서 가장 강한 힘은 반드시 이미 발포하고 있는 무기가 아니다. 오히려 아직 사용되지 않았고, 심지어 완전히 도착하지도 않았지만, 상대가 이미 계산에 넣고 있는 힘이 더 강력하다. 바로 여기서 ‘능동적 현존함대(AFIB·Active Fleet in Being)’ 개념이 등장한다.
AFIB는 단순히 함대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든 실행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는 힘이다. 항모가 실제로 전투에 참여했는가가 핵심이 아니라, 그 항모가 도착하면 무엇이 가능한가가 핵심이다. 상대는 현재의 전력만 계산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도착할 전력까지 포함해 행동을 결정한다.
조지 부시 항모강습단(CSG)은 아직 완전히 전개되지 않았다. 박스 상륙강습단(ARG)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란에게 이 사실은 “아직 오지 않았다”가 아니라 “곧 도착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차이는 전략적으로 결정적이다. 항모강습단은 단순히 거대한 항공모함 한 척이 아니다. 그것은 움직이는 전역 통제 체계다. 항모 위에는 F/A-18E/F 슈퍼 호넷(Super Hornet), 스텔스전투기 F-35C,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Growler), 조기경보기 E-2D 호크아이(Hawkeye)가 있다. 바다 아래에는 핵잠수함이 있고, 주변에는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이 배치된다. 그 뒤에는 군수지원함과 위성, 정보·감시·정찰(IRS) 체계가 연결된다.
항모강습단은 하나의 함정이 아니라 하나의 전쟁 체계다. 조지 부시 항모강습단이 도착한다는 것은 단순히 항모 한 척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중우세의 확대,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의 증가, 해상통제권의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이란의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다.
이란이 투스카호를 구출하기 위해 공중 반격을 감행할 수 있었는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단순히 DDG-111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뒤에 항모전단과 ARG 전력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란은 구축함 한 척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전체 전역 체계와 싸워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전투가 발생하지 않아도 된다. 존재 자체가 이미 압박이다. 과거에는 이란이 “해협을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세계를 흔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다. 트럼프는 “필요하면 언제든 다음 선박도 멈출 수 있다”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특히 박스 ARG의 의미도 여기서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함정이 아니라 해병대의 가능성이다. 상륙 가능성, 특수전 가능성, 추가 강제 승선 작전, 해안 타격, 전략 섬 점령 가능성. 실제로 상륙이 이뤄지는가보다, 상륙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하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이미 시작된 공격이 아니라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공격이다. 이란은 지금 바로 그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 그래서 항모는 도착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항모는 도착하기 전에 이미 상대의 전략을 바꾸게 만든다. 이것이 AFIB이며, 동시에 현대 해양전의 본질이다.
투스카호를 멈춰세운 것은 DDG-111의 함포였지만, 그 함포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항모전단과 ARG가 형성한 전역 통제 구조였다. 바로 이 한 줄이 이번 전쟁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왜 이제 모든 이란 선박이 위협 아래 있는가
과거 호르무즈 해협에서 TIB의 주체는 이란이었다. 이란은 실제로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유가는 흔들렸고, 보험료는 급등했으며, 세계 해운사는 즉시 항로를 다시 계산해야 했다. 존재 자체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위협, 그것이 기존의 TIB였다. 이란은 해협을 닫지 않고도 해협을 지배했다.
그러나 투스카호 사건 이후 이 구조는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 TIB의 주체는 트럼프다. 핵심은 단순한 화물선 나포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한 번의 실제 집행은 이후 모든 선박의 행동을 바꾼다. 이란에서 출항하려는 선박도, 이란으로 입항하려는 선박도 이제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다음은 내가 되는가?”
이 질문 자체가 이미 전략이다. 실제로 모든 선박을 나포할 필요는 없다. 단 한 번의 집행이 반복적 공포를 만든다. 해운사는 위험 프리미엄을 다시 계산하고,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하며, 선주는 항로를 우회하고, 화주는 거래 자체를 재검토한다. 배가 움직이기 전에 이미 비용이 발생한다.
이것이 TIB의 본질이다. 과거에는 이란이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비용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트럼프가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현실로 비용을 만든다. 위협의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군사행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해상 봉쇄이면서 동시에 금융전이다. 보험료 상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위험의 가격화다. 선박이 반다르 압바스로 향하는 순간, 그 항로는 더 이상 상업 항로가 아니라 전략적 위험 구역이 된다. 은행은 결제를 주저하고, 운송회사는 계약을 재검토하며,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
트럼프는 이제 항구를 폭격하지 않아도 된다. 배 한 척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항만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통제된 개방’이다. 해협은 형식적으로는 열려 있다. 국제법상 완전 봉쇄를 선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열려 있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상태, 바로 그것이 가장 강력한 봉쇄다.
완전히 닫힌 해협보다 더 위험한 것은, 언제든 닫힐 수 있는 해협이다. 그리고 지금 그 통제권은 트럼프의 손에 있다. 항모전단과 ARG 전력은 단순한 군사력의 과시가 아니다. 그것은 해상 흐름 전체를 사전에 제약하는 구조다. DDG-111의 함포는 단지 눈에 보이는 마지막 장면일 뿐이다. 그 뒤에는 ISR, 공중우세, 해양우세, 전자전, 심리적 억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AFIB는 힘의 배치이고, TIB는 그 힘이 시장과 항로에 남기는 전략적 효과다.
AFIB가 TIB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이며, 이 글의 핵심 이론이다. 과거 이란의 TIB는 호르무즈를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지금 트럼프의 TIB는 이란의 모든 해상 출입을 언제든 정지·나포할 수 있다는 집행 가능한 위협이다. TIB의 소유권은 이란에서 트럼프의 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해협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이란은 이미 갇혀 있다.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잠그는 해상 포위전
오랫동안 트럼프의 대이란 군사 옵션은 ‘들어가는 전쟁’으로 이해돼왔다. 하르그섬 점령, 반다르 압바스 타격, 호르무즈 3개 전략섬 상륙, 혹은 본토 핵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이 대표적이었다. 많은 분석은 여전히 “트럼프가 언제 상륙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투스카호 사건이 보여준 것은 정반대다. 트럼프는 이제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밖에서 잠그면 된다. 이것이 이번 전쟁의 가장 중요한 변화이며, 현대 해양전의 핵심이다.
전통적인 전쟁은 영토를 점령하는 방식으로 승패를 결정했다. 적의 땅을 차지하고,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정치적 중심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전쟁은 다르다. 이곳의 핵심은 땅이 아니라 흐름이다. 누가 항만을 차지하는가보다, 누가 흐름을 멈출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호르무즈는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상 초크포인트(chokepoint)다. 이란에게 이 공간은 단순한 해협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동맥이다. 원유 수출, 전략물자 수입, 군수 보급, 외화 확보, 식량과 민생까지 모두 이 해상 흐름에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이란을 무너뜨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땅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잠그는 것이다.
투스카호 나포는 바로 그 구조의 시작이다. 트럼프는 반다르 압바스를 폭격하지 않았다. 하르그섬에 상륙하지도 않았다. 대신 이란으로 들어가던 배를 멈춰 세웠다. 그것만으로도 전략적 효과는 훨씬 더 컸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선박 차단이 아니라 “당신의 항구는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해상 포위전(Maritime Siege)이다. 상대의 영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출입을 봉쇄한다. 전쟁의 중심을 상륙전에서 해상 포위전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 전략이 특히 강력한 이유는 트럼프의 비용이 낮다는 점이다. 대규모 상륙작전은 막대한 인명 손실을 동반한다. 해병대, 상륙함, 항공 지원, 후속 보급, 점령 유지까지 모든 단계가 피를 요구한다. 특히 하르그섬처럼 본토와 가까운 섬은 점령보다 유지가 훨씬 더 어렵다. 점령군은 사실상 고정된 표적이 된다.
트럼프에게 이것은 군사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다. 대규모 미군 전사자는 곧 국내 정치의 즉각적인 부담이 된다. 특히 선거와 연결되는 상황에서 “승리 없는 희생”은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역봉쇄는 다르다. 상륙하지 않아도 된다. 점령하지 않아도 된다. 대규모 미군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먼저 무너진다. 이것은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이다. 트럼프가 선택한 것은 전면전이 아니라, 비용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전쟁이다. 이란은 안에서 갇히고, 트럼프는 밖에서 기다린다. 바로 이 구조가 전략의 핵심이다.
여기서 항모전단과 상륙강습함(ARG)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진다. 이 전력은 반드시 상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륙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상대가 “트럼프는 결국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봉쇄는 약해진다. 그러나 뒤에 항모전단과 ARG가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믿음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륙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상륙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AFIB의 또 다른 얼굴이다. 존재 자체가 실행을 대신한다.
그래서 이번 전쟁의 진짜 승부는 상륙작전이 아니라, 상륙하지 않고 얼마나 오래 잠글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트럼프는 이란의 땅을 점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이란의 시간을 봉쇄하고 있다. 전쟁은 더 이상 들어가는 자가 아니라, 흐름을 멈추는 자가 이긴다. 그리고 지금, 그 흐름은 트럼프의 손 안에 있다.

이제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다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반드시 미사일이 아니다. 때로는 시간 자체가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오랫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간은 이란의 편이었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닫지 않아도 충분했다.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유가는 흔들렸고, 보험료는 급등했으며, 세계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트럼프는 군사적으로 우세했지만, 시간은 오히려 트럼프를 압박했다.
유가 상승은 곧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고, 인플레이션은 곧 정치적 부담이 된다. 특히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에너지 가격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 과거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란이 유리했다. 이란은 기다릴 수 있었고, 트럼프는 빨리 끝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투스카호 나포 이후, 시간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제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란은 수출해야 살아남고, 트럼프는 막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란 경제의 핵심은 원유다. 원유는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유지하는 혈액과 같다. 외화 확보, 식량 수입, 군수물자 조달, 내부 재정 유지, 국민 생활 안정까지 모든 것이 원유 수출에 연결돼 있다.
그런데 역봉쇄가 지속되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것은 저장의 문제다. 유전은 단순한 수도꼭지가 아니다. 필요할 때 잠그고 다시 열면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생산된 원유는 저장돼야 하고, 저장 공간은 한정돼 있다. 수출이 막히면 저장탱크는 빠르게 포화된다. 저장이 불가능해지면 생산을 줄여야 하고,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 운영 비용과 기술적 부담은 급격히 증가한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 손실이 아니다. 국가 시스템 전체에 대한 압박이다.
둘째는 외화의 고갈이다. 원유를 팔지 못하면 달러가 들어오지 않는다. 달러가 없으면 식량을 수입할 수 없고, 산업 부품을 들여올 수 없으며, 군수 보급도 흔들린다. 해상 봉쇄는 군사작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금융전이다. 배 한 척이 멈추는 순간, 국가 전체의 현금 흐름이 멈춘다.
셋째는 군수물자의 차단이다. 전쟁은 총알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드론 부품, 전자장비, 정비 자재, 연료 처리 장비, 통신 시스템, 산업용 설비까지 모든 것이 지속적으로 들어와야 한다. 특히 장기전에서는 보급이 곧 전투력이다. 트럼프의 역봉쇄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들어오는 것을 막는 순간, 버티는 힘 자체가 사라진다.
넷째는 국민의 피로도다. 경제 압박은 결국 내부 정치로 돌아온다. 식량 가격 상승, 생활 필수품 부족, 실업 확대, 환율 불안, 사회적 불만은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이란은 오랫동안 제재를 견뎌왔지만, “견딜 수 있다”와 “계속 견뎌야 한다”는 전혀 다른 문제다. 국민의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한계는 군사력보다 먼저 도착한다.
바로 여기서 트럼프의 전략이 완성된다.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할 필요가 없다. 수천 명의 미군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아도 된다. 하르그섬을 점령하지 않아도 되고, 반다르 압바스를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된다. 트럼프는 단지 기다리면 된다. CSG와 ARG는 그 기다림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것이 AFIB의 가장 무서운 형태다. 싸우지 않고, 상대가 먼저 무너지도록 만드는 힘. 과거에는 이란이 시간을 무기로 사용했다. 지금은 트럼프가 시간을 무기로 사용한다. 타임 웨폰(Time Weapon)의 소유권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쟁의 핵심은 단순한 해군력이 아니다.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지금 더 불리한 쪽은 분명하다.
트럼프는 화물선을 나포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이란의 시간을 나포했다. 그리고 시간은, 한 번 빼앗기면 되돌리기 가장 어려운 자산이다.

흐름을 멈추는 자가 질서를 만든다
전쟁의 역사는 오랫동안 영토를 점령하는 자의 기록이었다. 누가 더 많은 땅을 차지했는가, 누가 수도를 점령했는가가 승패를 결정했다. 그러나 21세기의 전쟁은 다르다. 오늘날의 전장은 국경선보다 해상교통로에 있고, 승패는 영토보다 흐름에서 결정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경제의 동맥이며, 국가의 생존과 국제질서가 만나는 전략적 시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섬을 점령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흐름을 멈출 수 있는가다.
투스카호 나포는 바로 그 전환의 상징이었다. 트럼프는 이란 본토를 점령하지 않았고, 하르그섬에 성조기를 꽂지도 않았다. 대신 바다 위에서 한 척의 배를 멈춰 세웠다. 그러나 바로 그 한 척이 전쟁의 방향을 바꿨다.
과거 이란은 “호르무즈를 닫을 수 있다”는 위협으로 세계를 흔들었다. 그것이 TIB였다. 그러나 이제 구조는 완전히 역전됐다. 트럼프는 “이란을 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전략의 소유권이 바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대규모 상륙전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항모전단과 ARG는 반드시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 자체가 압박이며, 기다림 자체가 전투다. 이것이 AFIB다.
현대 해양전의 승패는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지금 이란은 안에서 갇혀 있고, 트럼프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시간의 방향은 이미 바뀌었다.
점령의 시대는 끝나고, 통제의 시대가 시작됐다. 땅을 차지하는 자가 아니라, 흐름을 멈추는 자가 질서를 만든다. 해협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러나 이란은 이미 갇혀 있다. 그것이 이번 전쟁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진짜 현실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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